중국과 거리두는 메이…26조원 원전건설 제동

입력 2016-07-31 19:15  

친 중국관계에 '찬물'
영국, 중국 참여 원전사업 돌연 연기
기업인 비자 완화에도 부정적

정책 조언자 '반중인사' 기용
캐머런 친중 노선 잇따라 뒤집어



[ 홍윤정 기자 ]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후임으로 ‘다우닝가 10번지(총리관저)’를 접수한 테리사 메이 총리(사진)가 캐머런 유산(legacy) 지우기에 나섰다. 캐머런이 공들여온 정책에 제동을 걸고, 중국과의 관계에도 찬물을 끼얹으면서다.

◆계약 체결 하루 앞두고 연기

그레그 클라크 영국 기업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중국 국영기업이 참여한 ‘힝클리포인트 C’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계약 체결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최종 계약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나온 발표였다. 영국 남부 서머싯주(州)에 세워질 이 원전에 투입할 자금은 총 180억파운드(약 26조7000억원)에 이른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중국광핵그룹(CGN)이 각각 2 대 1의 비율로 투자할 예정이었다.

이를 두고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메이 내각이 캐머런 전 총리의 족적을 없애면서 중국과 거리를 두려는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캐머런 내각에서 산업장관을 지낸 빈스 케이블이 BBC 라디오에서 “메이 총리가 중국 기업의 영국 내 투자에 반대하는 막연한 편견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시각을 거들었다.


이 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캐머런 전 총리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내각은 지난해 미국의 반대 분위기에도 서방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합류를 선언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이 AIIB에 참여하는 데 물꼬를 텄다. 그해 영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영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등 캐머런 총리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중국에 적대적 입장을 보이는 닉 티머시를 핵심 정책조언자로 기용한 대목에서도 중국에 대한 메이 총리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티머시는 중국 기업이 영국에 투자하는 데 대해 “영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한 블로그에 “중국 정보기관이 영국이나 다른 국가의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텔레그래프는 또 메이 총리가 최근 비공개로 열린 내각회의에서 중국 사업자에게 비자를 발급하는 요건을 완화하는 논의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고 전했다. 비자 발급요건 완화 역시 캐머런 전 총리가 추진해온 정책이다.

◆오즈번 전 장관 재정정책에도 제동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캐머런 내각의 2인자이던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외무장관이던 필립 해먼드를 그 자리에 앉혔다. 오즈번 장관이 물러나면서 그가 추진한 ‘2020년 재정흑자 전환’ 계획은 중단됐다. 오즈번 전 장관은 재정흑자 달성을 위해 복지와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는 등 긴축정책을 펼쳐왔다.

메이 총리는 2020년까지 재정흑자를 달성하는 목표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발생하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긴축보다 부양정책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메이 총리의 오른팔인 해먼드 장관은 긴축론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 20일 그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올가을 예산안을 공개할 때 재정정책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는지 발표할 것”이라고 말해 재정 확대를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메이 총리의 초기 행보는 캐머런 전 총리의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와 전혀 다르게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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