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개시에 1년 걸린 콜버스…혁신프리미엄은 다 날렸다

입력 2016-08-01 18:08  

콜버스가 지난주 드디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콜버스랩이라는 법인이 설립된 지 1년 만이고 강남구에서 시범 운행을 시작한 이후 9개월 만이다. 택시가 부족한 심야시간대에, IT를 활용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전세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콜버스는 택시 승차거부에 시달리던 승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콜버스는 그러나 택시업체들의 반발로 불법논란에 휩싸이면서 시범 운행을 중단했다. 결국 국토교통부가 기존 택시·버스 면허업자들만 한정면허를 얻어 심야 콜버스를 운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콜버스 측은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공동으로 비로소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어렵사리 사업은 시작했지만, 당초 택시와 버스가 만족시키지 못하는 수요를 보고 창업한 혁신적인 모델이 기존 운송업자가 운영하는 평범한 또 하나의 심야버스로 바뀌고 말았다.

혁신가들이 세상에 없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아 기존 시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어 보일 때 투자는 몰린다. 혁신가는 이 과정에서 자금을 유치해 사업기반을 다질 수 있다. 여기서는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경쟁자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됐을 때 많은 자금을 모아 사업을 조기 론칭해야 ‘선도자 이점(first mover advantage)’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것을 ‘혁신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자가용을 택시처럼 쓸 수 있는 우버는 최근 2년 동안 5조9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가 74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숙박시설 공유모델인 에어비앤비는 기업가치가 27조원에 이른다. 각각 2010년, 2008년에 출범한 이들 두 업체는 10년도 안 되는 사이 혁신 프리미엄을 누리며 글로벌 성장기업으로 달려가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콜버스는 사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를 등에 업은 기득권 세력과 싸우느라 이런 이점을 다 잃고 말았다. 유치한 자금이라야 소액 엔젤투자가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여론과 소비자의 응원이 없었으면 사업실패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콜버스는 규제와 기득권이 혁신 프리미엄을 기어이 죽이고 마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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