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대어' 빠지고 스팩은 가뭄…각종 신기록 무산된 IPO 시장

입력 2016-08-03 18:09  

호텔롯데 상장 철회로 최대 규모공모 물 건너가

스팩상장 작년보다 급감…상장기업수 기록경신 힘들어



[ 나수지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3일 오후 4시2분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상장 기업 수 최대, 공모 규모 최대 등 각종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한 해의 반환점을 돈 지금 기록 경신은 줄줄이 물 건너가고 있다.

사상 최대 IPO로 예상돼온 호텔롯데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최대 공모 규모 기록 경신이 무산된 데 이어 2000년대 초 ‘벤처붐’ 이후 상장 기업 수 최대 기록도 달성하기 힘들 전망이다.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난해보다 스팩 상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상장한 스팩은 KB제9호스팩, IBKS제4호스팩, 하이에이아이1호스팩, 미래에셋제5호스팩, 한국4호스팩 등 5개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개가 상장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지난 한 해 상장한 스팩은 45개에 달했다.

스팩은 비상장사와 합병을 목적으로 셀?일종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을 세운 증권사가 합병 대상 기업을 찾아 금융당국 심사 등을 마치면 합병 기업명으로 이름을 바꿔 재상장한다. 3년 안에 합병할 기업을 찾지 못하면 스팩은 해산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합병 대상 기업을 찾은 스팩은 세 곳뿐”이라며 “이미 상장한 스팩도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 곳이 많아 스팩 상장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스팩 상장이 줄면서 지난해보다 신규 상장 기업 수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올초 한국거래소는 상장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유가증권시장에 25개, 코스닥시장에 155개 등 180여개 기업이 올해 상장할 것으로 파악했다. 통상 10%가량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일정을 연기하거나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150개 이상이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벤처붐이 일었던 2002년(178개) 이후 14년 만에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 기업 상장은 지난해보다 소폭 늘겠지만 스팩 상장이 줄어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상장 기업 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초 전망과 달리 기록 경신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텔롯데가 상장을 철회하면서 물 건너간 기록도 여럿이다. 올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한 해 공모 규모 사상 최대 기록(기존 2010년 10조908억원), 유가증권시장 한 해 공모 규모 사상 최대 기록(2010년 8조7000억원),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공모 규모(2010년 삼성생명 4조8880억원) 등 기존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검찰이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롯데그룹 수사에 나서자 호텔롯데가 지난 6월 상장을 철회하면서 이 같은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도 사라졌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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