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자세히,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우리나라 옛 그림도 그렇다

입력 2016-08-04 17:27  

이용영 수원시도서관사업소장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



경기 수원 출신 미술사학자 오주석(1956~2005)은 옛 그림의 아름다움과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는 등 한국 전통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동양사학과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그가 주역과 거문고에 심취한 것은 순전히 우리 그림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노력인 듯하다.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2》는 오주석이 초보자도 어려움 없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쓴 옛 그림 안내서다. 그는 옛 그림을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에 비유했다. 그저 물끄러미 무언가를 오래도록 찬찬히 들여다볼 때 비로소 우리 내면에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대상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관심, 사랑이 자란다고 했다. 그것을 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편안하고 기쁨에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마도 옛 그림을 자세히,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관찰하며 느낀 나름대로의 그림 감상법인 듯하다. 저자는 전문 용어가 난무해 읽기를 방해하는 일 없이 대체로 평안한 해석과 면밀한 관찰자의 시각으로 옛 그림에 대한 평을 곁들여낸다. 문체도 편안하고 간결玖庸??수려하다.

수묵화를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면 무채색이다. 화려함을 버린 마지막 색이다. 저자는 그것을 표현하는 먹색이 참으로 신비롭다고 표현했다. 먹색을 농축한 검정은 그래서 가장 화려한 색이면서도 모든 것의 소멸인 동시에 온갖 존재의 출발점이 된다고 역설한다. 수묵화의 주가 되는 회색은 감상자에게 안정감을 주고 평안한 마음을 들게 해, 오히려 적극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 그림에 몰입하기 쉽다고 말한다. 달마도가 그렇다. 먹과 선이 있을 뿐 색이 없다. 선의 굵기와 먹이 갖는 농담의 형태이기 전에 하나의 정신 흐름이므로 색깔이 끼어들 수 없다.

그림의 크기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고결한 선비가 물을 바라본다’는 뜻인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라지만 저자의 해설을 읽으며 그림을 들여다보면 그림 속 소재가 모두 살아 움직이는 큰 그림 같은 느낌이 든다. 정조가 아낀 화원 김홍도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정조만큼 깊고 크다. 김홍도의 ‘주상관매도’는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다. 넉넉한 여백과 두보의 시, 늙은 김홍도가 풍류를 즐기는 멋스러움과 옛 음악의 가락까지 듣는 듯해서 좋아한다고 했다.

‘송하맹호도’ 해설은 기막히다. 호랑이 터럭 한 올 한 올을 수천번 거듭 그려야 하는 세밀화다. 저자에 따르면 소나무 아래 호랑이는 이미 그냥 호랑이가 아니다. ‘산어른’다운 기운이 절로 느껴지고 호랑이 모습 속에 우리 민족의 정서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오주석의 해설은 옛 그림에 숨어 있는 동양적 사고를 충분히 끌어내 그림이 주고자 하는 근본적인 의미 해석과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다. 늘 곁에 두고 가끔씩 읽어볼 때마다 언제나 마음에 여유를 주는 책이다. (오주석 지음, 솔, 각권 264쪽·235쪽, 각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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