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예진 기자 ] 배우 이범수가 무지막지한 악역의 옷을 다시 입었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서 북한군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으로 열연한 이범수를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 가족, 그리고 엔터 사업까지. 각각의 이야기마다 차갑게 또는 뜨겁게 변해가는 그의 눈빛에는 열정 가득히 그려온 46년 인생이 담겨 있었다.
이범수는 확실히 연기에 미쳤다. 그의 꿈은 10대 시절 '영웅본색'에서 시작됐다. 배우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운 좋게 합격한 학교에서 연기 공부를 하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특히 대학생 때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래서 얻은 건 남들보다 일찍 접한 수많은 캐릭터. 하지만 학점 관리를 못해 대학교를 6년이나 다녔다. 의대도 아닌데 말이다.
이렇게 쌓아온 밑바탕은 철두철미한 림계진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둥이 됐다. '인천상륙작전' 작품에 대한 혹평은 많아도 연기력에 대한 지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가 림계진으로 완벽히 분했다는 증거다.
"림계진만큼은 차별성 있게 접근하고 싶었어요. 가차 없는 면도 있지만 가끔은 허허실실 웃으며 고도의 두뇌플레이를 하는 인물로 만들었죠. 기름지고 능글맞은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체중을 7kg이나 늘렸어요. 사투리도 정말 잘 하고 싶어서 북한군 출신 탈북자에게 수업을 받았어요. 투박하고 이질적인 느낌을 더 주고 싶어서 함경도 사투리를 택했죠."
상대 배우 이정재와는 벌써 세 번째 호흡이다. 팽팽한 대립 사이 긴장감은 물론, 뜨거운 에너지까지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연기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시너지를 이뤄 말로 표현 못할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러나 영화의 시간 관계상 그 모습들이 모두 담기지는 못했다. 이범수는 "긴박한 격투 장면이 짧게 나와 아쉽다"며 디렉터스 컷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로 데뷔 27주년. 영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부터 시작해 '신장개업'(1999), '오! 브라더스'(2003), '짝패'(2006), '자이언트'(2010), '아이리스2'(2013), '신의 한 수'(2014) 등 수십 편의 작품을 쏟아냈다. 데뷔 이후 쉼 없이 달려온 그 끝엔 뭐가 있을까.
"과거에는 앞만 보고 내달렸다면 이제는 연륜과 경험이 쌓였어요. 저를 통해 발전이 있다면 정말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현업에 있는 배우로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기에 연기 지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 연장선에서 엔터 사업도 하는거죠. 배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빠이자 남편, 배우이자 사업가이기도 한 그는 여러 역할들의 공통 분모로 '연기'를 꼽았다. 무언가 하나에 빠지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 덕에 연기에 대한 열정도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 지금도 원대한 일들을 이뤘다고 보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연기 예술'이라는 계단을 밟아나가는 것이 그의 목표다.
"학창시절 6년 동안 연극 32편에 출연했어요. 그때 정말 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해봤죠. 사회에 나와 배우 활동을 하는데 주변에서 '멜로 이미지가 좋은데 왜 방향을 바꿨느냐'고 묻더군요. 당시 저는 그 말이 이해가 안 됐어요. 1~2년 지나고 나서 '좋은 이미지를 활용한 뒤에 다른 분야의 연기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속뜻을 알게 됐죠. 그래도 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찾을 것 같아요."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