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식품위생법 기준 논란
법제처 "전문 자격증 있어야"
식약처 "일반 자격증으로 충분"
[ 황정환 기자 ] “일반 조리사 자격증만 있으면 복어요리를 해도 된다.”(식품의약품안전처)
“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 전문자격증이 있어야 한다.”(법제처)
맹독성 어류인 복어를 요리·판매하는 데 별도 전문자격증이 필요한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식 중식 일식 등 일반 조리사 자격증만으로 충분하다는 식약처와 전문자격증이 필요하다는 법제처 의견이 맞선다. 복어조리사 자격증은 청산가리보다 10배나 강한 복어 독에 따른 중독 사고를 막기 위해 1984년 도입됐다. 독성이 강한 복어 내장과 알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합격률이 20%대로 다른 조리기능사(평균 합격률 30~40%대)보다 자격증 취득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복어를 조리·판매하기 위해선 자격증을 가진 ‘조리사’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법 규정에 나온 ‘조리사’를 말 그대로 국가고시자격법에 규정된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복 ?등 5개 분야 조리기능사 및 조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으로 해석한다. 분야에 상관없이 조리사 자격증만 있으면 복어를 다뤄도 된다는 것이다.
법제처의 의견은 다르다. 법제처 관계자는 해당 법 조항에 대해 “복어 조리 전문가만 복어를 조리·판매할 수 있도록 해 독으로 인한 식품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려는 게 입법 목적”이라며 “법 조항에 명시된 ‘조리사’는 복어 조리 관련 자격증 소지자로 보는 게 법 취지와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모호한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법령 정비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식약처는 법령 개정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2013년 이후 복어 독으로 인한 중독 사건이 사실상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식약처는 2013~2015년 3년간 일반음식점에서 신고된 복어 독 중독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1년과 2012년에도 1건씩만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 식생활 안전과 업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어의 맹독성 때문에 별도의 조리 자격증까지 두고 있지만 정작 조리·유통 과정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식약처는 복어를 취급하는 전문식당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기 때문에 파악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회사원 이모씨(39)는 “술을 먹은 다음 날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복어매운탕을 즐긴다”며 “일반조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도 복을 다룰 수 있다니 왠지 찜찜하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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