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갈등 심화] 본말 전도된 '사드 논란'…북한 도발 외면한채 갈등 부추기는 정치권

입력 2016-08-05 18:52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한민국

북한 핵·미사일 빠진채…
"중국과 사드 논의한다는 야당, 안보관련 대안은 없이
내부갈등·이념논쟁 부채질"

청와대 '제3 부지' 수위조절
"주둔지 바꾸기는 쉽지 않아"
야당 "졸속 결정 자인한 것"
성주선 대안 거부…혼란 확산



[ 장진모 / 박상익 / 오경묵 기자 ]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도를 넘고 있다. 정부가 수습책으로 제3 후보지까지 거론했지만 주민들은 즉각 거부했다. 야당은 성주 주민의 사드 배치 반대시위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움직임’을 보이는 마당에 일각에서 중국을 두둔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라는 근본 원인은 사라지고 남남 갈등만 첨예화하는 본말이 뒤바뀐 상황이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미래한국 편집위원)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가 내부 갈등과 외교문제로 비화하면서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靑 “사드 배치 바꾸기 쉽지 않아”

청와대는 5일 사드 배치 부지와 관련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해 검토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발언이 혼선을 야기하자 수위 조절에 나섰다. 정연국 대변인은 “선정된 것을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요청에 따라 다른 지역도 정밀하게 조사해 상세히 알리겠다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혼란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졸속 결정을 자인한 게 아니냐” “국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는 이날 “군민들은 앞으로 사드의 제3 장소 이전이 아니라 철회를 외칠 것”이라며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재검토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반발이 수그러들기는커녕 한발 더 나아가 야권의 주장대로 ‘한반도 배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측이 비자 발급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 6명이 다음주 중국을 방문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공산당 관계자 등과 만나 사드 배치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미 양국이 군사동맹 차원에서 결정한 사드 배치 문제를 더민주 의원들이 중국 당국과 의논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굴욕적인 중국 방문 계획을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할 일을 야당이 하는 것이고, 지금은 성주를 갈 때가 아니라 중국을 갈 때”라고 반박했다.

◆“사드 논란은 본말이 전도”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드가 국가 안보를 위해 왜 필요한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이라는 알맹이는 빠진 채 이념 논쟁과 미·중 간 등거리 외교 이슈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그동안 총 네 차례 핵실험을 하고 김정은 집권 5년간 탄도미사일을 33회 시험 발사했다. 김정일 집권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 16발의 두 배에 해당한다.

야당의 주장처럼 사드가 북한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최선의 수단이 아닐 수 있지만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 여론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내부 분열이 중국의 기세를 등등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직 고위 관료부터 학계 전문가들이 중국 언론에 한국의 정책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중국에 미끼를 던져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 전 소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없었으면 사드 배치 문제도 없었을 텐데 사드 배치가 한반도 평화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은 분명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중국의 보복 대응은 한국이 중국의 외교 영향권에 들어왔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드 배치 논란이 확산된 데는 정부가 충분한 사전정보 제공과 국민 설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미 동맹 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진모/박상익/성주=오경묵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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