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형으로 진화한 '작전'…이러니 누가 주식 사겠나

입력 2016-08-07 17:34  

3년간 36개 종목에 대한 ‘작전’으로 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메뚜기형 주가조작단’이 구속됐다. 메뚜기형 시세조종은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주가조작 수법이다. 많은 계좌에서 동시에 주문을 내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고, 추격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방식이다.

주가조작은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한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 여러종목 주가에 지속 개입했다는 점에서 놀랍다. 여러 명의 트레이딩 직원까지 채용한 ‘기업형 작전’으로 진화했다. 대형 증권회사 임원이 가담한 점도 충격을 준다. 그는 고객계좌까지 시세조종에 동원했다. 믿고 돈을 맡긴 고객의 이익보다 자신의 불법수익을 우선했으니, 시장 신뢰는 실종될 수밖에 없다.

‘주가조작 척결’을 국정 과제로 꼽은 박근혜 정부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작전은 진화 중이다. 김정은 사망설, 이건희 사망설 등이 올 들어서만 수차례 SNS에서 반복됐다. 인터넷투자동호회 회원들이 사전모의를 통해 특정종목에 ‘매수’를 쏟아낸 뒤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면 고가에 처분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큰손인 펀드매니저들마저 주가조작에 가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점은 자본시장의 존립을 위협한다. 펀드매니저들이 부정한 방식으로 돈과 정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개미 투자자의 피를 빨아먹는?해서 ‘개미핥기’라는 신조어가 일상화됐을 정도다.

주가조작은 강도 살인 등에 못지않은 악질 범죄다. 피해자의 경제적 손실은 2차, 3차 연쇄피해를 부르기 마련이다. 가정파괴로 이어질 개연성도 높다. 미국이 주가조작 실행 전 계획단계에서 적발돼도 패가망신할 만큼 엄하게 처벌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3명 중 2명꼴로 집행유예로 풀어준다. ‘부당이익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범죄수익 환수 차원의 벌금조차 물리지 않는 재판부도 많다. 금융당국의 주가조작 단속 전담조직도 잦은 인사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6년째 답답한 ‘박스피’는 증시 신뢰 추락의 당연한 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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