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북적'…편의점 야간 매출, 낮 앞질러
호텔 패키지 이용객도 40% 가까이 급증
[ 마지혜 / 고재연 / 강영연 기자 ]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자 냉방시설이 잘 갖춰진 영화관과 대형마트, 호텔 등으로 인파가 몰리고 있다. 더운 낮보다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족’이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의 야간 매출이 주간 매출을 넘어섰다. 더위가 먹여 살리는 ‘폭염 산업’이 특수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냉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전통시장 등은 폭염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무더위 덕에 대형마트 매출 회복
극장은 폭염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모든 극장의 관객 수는 2131만명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9%(368만명)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전체 극장 관객 수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0.5%(45만명)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염이 영화산업에는 대형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도 관람객이 북적이는 게 예년과는 다른 점이다. 지난주말 심야영화 두 편을 봤다는 박동훈 씨(40)는 “영화가 새벽 1시 넘어 시작하는데도 150석 중 남은 자리가 8석에 불과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쇼핑하면서 휴가를 보내는 이른바 ‘쇼캉스족(쇼핑+바캉스)’이 늘면서 유통업체도 콧노래를 불렀다. 여름휴가가 몰린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롯데백화점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지난 6월 여름 정기세일 매출 증가율(3.6%)보다 높았다. 에어컨을 비롯한 가전(20.1%)과 식당(14..2%)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마트의 오후 9시 이후 방문객 수는 1주일 전보다 21% 급증했다. 음료(31%)와 주류(30%) 매출이 늘면서 지난달 이마트의 매출은 작년 7월보다 8%가량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이 없던 2014년 매출에 근접한 수준으로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에도 인파가 몰리고 있다. ‘호캉스족(호텔+바캉스)’ 증가로 호텔 패키지 이용자가 작년 대비 30~40%가량 늘었다.
심야극장 외에 야간에 장사가 더 잘되는 곳도 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상표(PB) 아이스요구르트는 낮보다 밤에 더 팔렸다. 이 상품의 오후 8~10시 매출이 하루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가장 높았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오후 2~4시 매출 비중(13.7%)보다 컸다. 강남영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는 “더운 낮을 피해 저녁 식사나 술자리 이후 편의점을 찾는 소비자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의 야간 매출도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24시간 운영하는 탐앤탐스 매장의 매출은 전주 대비 평균 23% 증가했다. 새벽 4~5시에는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전통시장과 캠핑장은 울상
하루 내내 냉방시설을 가동하는 곳이 늘면서 에어컨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삼성 무풍에어컨은 두 달간 10만대 넘게 팔렸다. 대유위니아 스탠드형 에어컨의 7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배 이상 늘어났다. 에어컨 시장의 성수기는 보통 6~7월이다. 8월 초부터는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지만 올해는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원가 상점도 때아닌 대목을 누리고 있다. 학원가엔 수강생의 ‘열공’ 분위기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종로학원만 해도 지난주 짧은 여름방학에 들어갔는데 강의실이 비기는커녕 자율학습을 하겠다고 나온 학생들로 붐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강생의 90%가량이 출석했다”며 “워낙 더워 차라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러 학원에 나오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이 상점 등을 이용하며 인근 편의점 등의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캠핑장과 유원지, 전통시장 등 따가운 햇볕을 피하기 어려운 곳은 이용자 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강서구의 송화시장은 이날 총 103개의 상점 중 20%가량이 문을 닫았다. 하루평균 2만명이 넘던 방문객 숫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마지혜/고재연/강영연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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