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토피 걱정에 '초콜릿 크레용' 만든 주윤우 고은빛 대표

입력 2016-08-07 18:10  

"세계 유일 초콜릿 크레용…창조센터 덕분 날개 달아"

7년 개발 끝에 2014년 회사 설립
4~5배 비싸도 인기…1만개 판매
충북혁신센터 지원받아 판로 개척
LG그룹 경영노하우도 많은 도움



[ 노경목 기자 ] 크레용 제조업체 고은빛의 주윤우 대표(사진)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것은 둘째 아들의 아토피 때문이다. 7일 충북 청주의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만난 그는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새벽까지 울다 잠들곤 했다”며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초콜릿 크레용’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고은빛의 초콜릿 크레용은 색을 내는 안료를 결합시키는 응고제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버터를 쓴다. 세계 최초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파라핀을 응고제로 쓰는 일반 크레용이 어린이 피부에 가하는 자극을 줄여준다. 비싼 원료를 사용하는 만큼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4~5배 비싸지만 작년 11월 판매를 시작해 지금까지 1만개가 판매됐다. 제대로 된 유통망도 없는 가운데 올린 실적이다.

식품유통업체를 운영하던 주 대표가 초콜릿 크레용 개발에 나선 건 2007년. 초콜릿을 먹던 첫째 아들이 “초콜릿으로 크레용을 만들면 좋겠다”는 말에 힌트를 얻었다. 그는 “파라핀과 카카오버터의 기름 성분이 비슷해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장 사무실 한쪽에 간이실험실을 차리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카카오버터가 파라핀보다 열에 약해 아이들의 체온에도 쉽게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전분을 추가해 성분을 바꾸고 특수 제조 과정을 개발해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7년에 걸친 개발 끝에 2014년 5월 회사를 설립했지만 판로를 개척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 대표는 “여러 차례 시도하던 끝에 2015년 7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의 문을 두드렸다”며 “센터를 발족한 LG그룹으로부터 갖가지 경영노하우를 전수받고 유통망 개척에도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충북혁신센터는 신용보증기금의 대출을 주선해 자금 숨통을 틔워졌다. 대형 서점과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공급계약을 맺었고 갤러리아면세점63 입점도 확정됐다. 10월에는 롯데홈쇼핑 채널을 통해서도 판매된다. 김인형 충북혁신센터 책임연구원은 “세계 최초 제품에 걸맞은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기 위해 해외 특허 획득도 추진 중”이라며 “다음달에는 다음카카오와 연계해 크라우드 펀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는 판로를 확장하는 와중에도 크레용에 아로마향을 추가하고 단면을 별 모양으로 바꾼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초콜릿 크레용의 구성 성분을 활용해 교육용 점토와 물감, 3D프린터 원료도 내놓을 예정이다. 그는 “직원 7명에게 월급도 겨우 주고 있는 영세업체”라며 “다만 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의미 있는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수익의 5%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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