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 격려·스포츠 외교
기자 미팅 등 바쁜 일정에도 얼굴엔 피곤함 대신 미소 가득
강철 행보에도 버틸 수 있는 힘은 매일 빼먹지 않는 '1시간 운동'
진심 다해서
숙소는 일부러 선수촌에 잡고 식사시간엔 고기 직접 잘라주고
여자 역도 윤진희 생일파티도 참석
"말이 잘 통하고 편안한 분"
교민 사이 소탈한 언행 눈길
[ 이관우 기자 ] “바빠도 할 건 해야죠! 허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4)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라질에 온 뒤 ‘25시 사나이’가 됐다. 선수 응원과 내외신 기자 격려, 개막식 리허설 준비 등 빡빡한 일정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6일 만난 그의 얼굴엔 피곤함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
정 단장은 “축구팀이 선수단 첫 경기에서 피지에 8-0 대승을 거뒀는데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권 진입)’ 목표 달성에 좋은 징조인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독일과의 2차전엔 선수촌 방문 일정과 겹쳐 못 가게 돼 아쉽지만 멕시코와의 3차전 ?꼭 가볼 것”이라며 “축구 외교에도 좋은 기회”라고 했다.
정 단장은 축구 이야기만 나오면 얼굴에 환한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스케줄을 보면 마냥 웃을 일이 아니다. 오전 10시 한국 남자체조 단체전 응원, 오후 2시 평창조직위원장 선수촌 격려 방문 안내, 오후 5시 한국 여자유도 대표 경기 격려, 오후 6시 선수촌 만찬 등 주말 일정만 봐도 그랬다. 전날 저녁 7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개막식 참석 때문에 거의 잠도 자지 못했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운동’이다. 정 단장은 “출장을 가서도 웬만하면 운동은 빼먹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에 온 이후에도 거의 매일 선수촌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1시간가량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로 체력을 다졌다.
정 단장은 “어려서부터 스포츠는 워낙 다 좋아했다”며 “축구처럼 공으로 하는 건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남은 축구 경기에 대해서는 “황희찬과 류승우, 권창훈, 문창진 선수 등 네 명이 오랫동안 발을 맞춰와서 그런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다”며 “해외파인 석현준이나 손흥민 선수를 후반에 투입해 골을 노리면 어떨까 싶다”는 ‘전략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챙기는 게 많다 보니 선수들과 현지 동포 사이에서 그는 ‘옆집 아재’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말이 잘 통하고 어울리기가 편하다는 평이다. 브라질에서 한식당 ‘사군자’를 운영하는 동포 크리스티나 강 씨는 “(정 단장이)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김치와 고기를 직접 잘라 주길래 처음엔 감독이나 코치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숙소도 호텔이 아니라 바하올림픽파크 인근 선수촌아파트에 잡았다. 대표팀을 곁에서 챙기기 위해서다. 지난 3일엔 선수촌에서 여자역도 대표 윤진희 선수(31)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7일엔 여자유도 경기가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리카 아레나 경기장을 찾아 48㎏급에서 은메달을 따고도 눈물을 쏟은 정보경 선수를 만나 위로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1조2083억원, 영업이익 1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6% 늘었다. 축구협회장에 올림픽선수단장까지 맡아 자주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그는 “회사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회사 구성원과 소통만 잘된다면 리더가 어디에 있는지는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는 그래도 끊임없이 회사 일을 챙겼다. 식사 도중에도 두 대의 스마트폰을 번갈아 쓰며 틈틈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정 단장은 “팀장 한 명이 비어도 티가 나는데 회장이 자리를 비우면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이든 운동이든 뭐든 다 잘해내야 사는 게 요즘 세상”이라며 “선수들에게 진짜 힘이 되려면 아파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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