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롯데도 신제품 내고 주류시장의 '비주류' 공략
탄산주에서 전통주까지 다양
[ 노정동 기자 ]
“술기운은 좀 내고 싶지만 취하긴 싫어요. 소주는 독하고 맥주는 뻔하고. 그래서 고르는 거 아닐까요.”
서울 연신내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문혜원 씨(29)는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도 소주도 아닌 ‘정체가 모호한 술’을 사는 게 습관이 됐다. 이들 술은 도수가 낮고 과일 원액이나 향이 첨가된 게 대부분이다. 탄산이 함유돼 톡 쏘는 느낌을 준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주류업계에선 ‘기타재제주’로 불리는 술이다. 기타재제주란 증류주나 발효주를 원료로 알코올, 당분, 향료 등을 혼합해 만든 술을 말한다.
◆1년 전보다 4배 팔려
올 상반기엔 탄산주, 과실주, 혼합주 같은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한 술이 인기를 끌었다. 주류시장에서 ‘비주류’였던 20~30대 여성이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 상반기 하이트진로의 판매 비중(판매액 기준)을 살펴보면 소주 52%, 맥주 45%, 기타재제주가 3%로 나타났다. 기타재제주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였다. 판매량은 1810만L로 1년 전(434만L)의 4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기타재제주 중 탄산주 분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작년 9월 나온 보해양주의 ‘부라더소다’가 불을 붙였다. 화이트와인에 소다를 섞은 제품으로 와인 같지만 주세법에서는 과실주로 분류한다. 출시 4개월 만에 1000만페트(750mL 기준)가 팔렸다.
하이트진로는 ‘이슬톡톡’으로 맞불을 놨다. 이 제품은 맥주에 소다와 복숭아향을 첨가한 기타주류다. 원액 대신 향이 첨가되면 주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같은 탄산주라고 해도 같은 주종이 아니다. 지난 3월 나온 이슬톡톡은 4개월 만에 약 2000만병(330mL 기준)이 팔렸다. 롯데주류도 탄산주 제품으로 4월 ‘순하리 소다톡 사과·청포도’를 선보였다.
탄산주에서 시작된 이름 붙이기 힘든 ‘홍길동주’ 전쟁은 혼합주(리큐르)로 확대됐다. 리큐르는 주세법상 증류주에 들어간다. 소주에 과실 원액을 넣은 게 대부분이다. 작년 2월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시리즈가 포문을 연 뒤 올 상반기 업체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하이트진로가 6월 ‘청포도에이슬’을 내놨고, 무학이 ‘트로피칼이 톡소다’ ‘엔조이 오리지날 사과·배·생강 맛’을 잇따라 출시했다. 보해양조도 3월 ‘복받은 부라더’를 들고 나왔다. 혼합주 도수는 대부분 소주보다 5도 낮은 12~14도다.
◆전통주도 ‘기타주류’ 바람
김진 하이트진로 맥주브랜드팀장은 “새로운 맛에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취하기 싫어하고, 기호가 다양하다는 점이 여성 주류 소비자의 특징”이라며 “주류업체들이 이런 수요에 맞추다 보니 특정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기타재제주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음주 빈도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이 1994년 58%에서 2015년 52%로 줄어들었다.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 8%에서 18%로 늘었다.
‘이름 모를 술’의 인기가 높아지자 전통주 업계도 움직였다. 국순당은 4월 바나나맛 막걸리로 불린 ‘국순당 쌀 바나나’를 내놨다. 막걸리에 바나나향을 첨가해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막걸리 같은 발효주만 고집해온 국순당이 주세법상 기타주류에 속하는 술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아이싱 청포도’와 ‘국순당 쌀 복숭아’도 각각 막걸리에 청포도와 복숭아향을 섞은 기타주류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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