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칼로리의 5%, 당도는 70%…알룰로스로 2위 설움 씻겠다"
삼양사, 이달부터 대량생산 돌입…CJ, 가격 낮춘 개량효소로 '맞불'
먹으면 살빠지는 알룰로스 등 대체 감미료시장 매년 성장
[ 노정동 기자 ] 1953년 국내 처음으로 설탕을 생산한 제일제당공업(현 CJ제일제당)은 단 한 번도 설탕시장에서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삼양사와 대한제당이 3년 뒤인 1956년 설탕 생산에 뛰어들었지만 한 번도 역전하지 못했다. 업계 1, 2위 점유율은 오랫동안 제일제당 48%, 삼양사 33%로 유지됐다. 설탕업계의 오랜 라이벌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경쟁이 차세대 감미료인 ‘알룰로스’ 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지난해 7월 알룰로스 대량생산에 성공한 CJ제일제당에 이어 삼양사가 이달부터 양산 체제에 들어가면서다. 삼양사는 60년간 이어온 ‘2위 설움’을 알룰로스로 뒤집겠다는 각오다.
◆삼양사, Non-GMO 알룰로스 개발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사는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아 이달부터 알룰로스를 대량생산한다. 알룰로스는 건포도, 무화과, 밀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당 성분으로, 칼로리는 설탕의 5%에 불과하지만 당도는 70%에 이른다. 알룰로스 상용화 과정에서 식품회사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은 수율(원재료에서 원하는 물질을 얻어내는 비율)이다. 자연상태인 경우 원료인 과당에서 알룰로스를 뽑아내는 수율은 5%에 불과하다. 삼양사 관계자는 “대량생산에 들어간다는 것은 수율이 안정됐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인허가를 받은 알룰로스는 ‘천연식품유래 균주’(Non-GMO)를 사용한 것으로, 세계 최초라는 게 삼양사 측 설명이다. 자연에 있는 효소를 그대로 가져와 알룰로스를 추출하기 때문에 식품 안전성이 높다. 다만 개량 효소에 비해 수율이 낮고 원재료 비용이 높아 소비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삼양사 관계자는 “이달부터 대량생산에 착수해 오는 10월이면 소비자용(B2C)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J, 개량균주로 수율+가격 잡는다
CJ제일제당은 삼양사보다 한발 앞서 알룰로스를 선보였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스위트리 알룰로스’와 ‘알룰로스 올리고당’이 CJ제일제당 제품이다. 지난해 7월 알룰로스 대량생산을 시작한 CJ제일제당은 올해 3월 첫 소비자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CJ제일제당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량생산이 어려웠던 알룰로스 생산을 개량효소로 해결했다. 2007년부터 4년간 균주 5000여종을 대상으로 선별작업을 거쳐 과당을 알룰로스로 전환할 수 있는 효소를 확보하는 한편 효소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를 재조합한 개량균주를 개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2월 식약처로부터 이 개량효소 사용 허가를 받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천연효소 대신 개량효소를 사용하면 수율을 높이면서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의 수율을 85%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알룰로스, 과당·감미료 대체한다”
설탕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 감미료 시장은 세계적으로 2011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6.5%씩 성장 중이다. 국내 시장은 지난해 기준 2100억원 규모로 2020년에는 33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룰로스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7조8000억원으로 알려진 과당시장과 대체 감미료 시장 모두를 대신하는 제품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세계에서 알룰로스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CJ제일제당과 삼양사, 일본 마쓰다니, 미국 페이트&라일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최근 학계에서는 알룰로스가 체중과 체지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내놔 ‘먹으면 살 빠지는 감미료’로 알려졌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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