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3사 "STX조선, 후판 외상값 갚아라"

입력 2016-08-09 20:44  

법원에 탄원서 제출

"외국계는 현금, 국내는 어음 결제
경영 힘든데 재무 악화 부채질
원자재 채무 847억 우선 해결을"

STX, 출자전환 + 10년 분할상환
"선박 건조 위해 추가 공급해달라"



[ 도병욱 기자 ] STX조선해양이 어음으로 구매했던 후판값을 갚는 방식을 놓고 STX조선과 국내 철강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후판을 계속 공급받으려면 기존에 갚지 않은 대금을 우선 갚으라고 요구하고, STX조선은 당장은 갚을 여력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는 공동으로 법원에 원자재 구매 관련 채권을 우선 해결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800억원 못 받게 된 철강사

국내 철강사와 STX조선의 갈등은 지난 5월 STX조선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STX조선의 모든 채무가 동결되면서 STX조선에 후판(선박 제조 등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강판)을 공급했던 철강사들은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9일 기준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3사가 STX조선에서 회수하지 못한 후판대금은 모두 847억원이다. 포스코가 373억원, 동국제강이 332억원, 현대제철이 142억원을 받지 못했다. STX조선은 국내 철강사에서 후판을 살 때 주로 어음으로 결제했다.


철강사들은 STX조선에 최대한 빨리 후판 구매대금을 갚거나, 언제 어떻게 갚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STX조선은 당장은 갚을 여력이 안 되고 기업회생절차에 따를 것이라며 철강사의 요청을 거부했다. 이와 관련, STX조선은 지난달 관계인설명회에서 상거래채권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STX조선의 계획에 철강 3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TX조선 주식을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머지 대금을 10년간 나눠 받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3사는 대표이사 명의로 공동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3사는 대표이사 명의의 탄원서를 통해 “STX조선이 제시한 변제 방식을 따르면 원자재 외상매출채권은 대부분 변제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되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철강 3사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STX조선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계속 원자재를 공급해왔고, 60일 만기 어음을 180일로 연장하는 등 배려해줬다”며 “하지만 STX조선은 국내 회사에는 어음으로 결제하고 외국 회사엔 현금으로 결제하는 등 국내 철강사를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추가 공급 해달라는 STX조선

국내 철강사들이 STX조선에 추가로 후판을 공급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STX조선은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하려면 국내 철강사의 후판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철강사들은 지금 상황에서는 추가 공급이 어렵다고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장윤근 STX조선 법정관리인은 지난달 임직원에게 “일부 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겨 정상적인 조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후판 재고가 바닥나 선박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법정관리 이후 국내산 후판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구매한 후판 재고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STX조선의 요구에 국내 철강사 관계자는 “고통 분담 차원에서 STX조선의 경영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음을 받고 후판을 공급했지만 결과적으로 역차별을 당했다”며 “STX조선이 실현 가능한 변제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는 현금결제 조건 외 거래를 재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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