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편견 부추기는 이모티콘 논란

입력 2016-08-09 20:55  

구글은 여성용접공…카카오톡은 '쇼핑녀'

"여성도 다양한 직업"
구글, 양성평등 담아

한국은 쇼핑·불성실 등 부정적 모습 묘사 많아



[ 유하늘 기자 ] 애플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운영체제 iOS 10에 탑재할 새로운 이모티콘 초안 100여개를 이달 초 공개했다. 이번에 추가할 이모티콘은 농구,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을 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것이 특징이다.

애플은 양성평등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애플 측은 “특정 직업이나 운동선수를 표현하는 기존 이모티콘은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이었다”며 “이는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여성 캐릭터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 5월 국제 문자 코드 규약인 유니코드에 의사, 공학자, 과학자, 교사, 농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13종의 이모티콘을 제출했다. 유니코드는 이 중 11개를 국제 표준으로 지난달 등록했다. 구글은 “소녀들에게 여성이 다양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카카오톡, 라인 등 국내 대표 메신저에서 판매 중인 일부 이모티콘은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판매하고 있는 ‘오피스라이프’ 스티커는 남성 캐릭터 프로도와 여성 캐릭터 네오의 직장생활을 표현한 이모티콘 모음이다. 이 스티커에서 남성 캐릭터인 프로도는 열심히 일하는 착실한 직장인으로 묘사됐다. 야근하다 조는 모습, 쏟아지는 전화에 괴로워하는 모습 등이 표현돼 있다. 반면 여성 캐릭터인 네오는 근무시간에 딴청을 피우거나 빨리 퇴근할 궁리만 하는 모습 등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캐릭터의 성격 특성을 묘사한 것일 뿐 이들이 남성과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아니고 여성 비하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라인의 ‘샐러리맨 문대리’ 스티커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일고 있다. 남성 캐릭터 ‘문’은 항상 일에 몰두하는 회사원으로 표현된 반면 여성 캐릭터인 ‘코니’가 밤늦도록 일하고 있는 스티커는 단 한 장에 불과하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이모티콘 디자인은 은연중에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기존 성별 역할 관념에 젊은 세대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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