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오르는 홍콩H지수…ELS '돈맥경화' 풀린다

입력 2016-08-10 18:36  

홍콩H지수 9300선 돌파
조기상환액 이달 2조원 넘을 듯
연말까지 10조원 이상 전망



[ 송형석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에 묶여 있던 자금이 조금씩 시중에 풀리고 있다. 올해 초 ELS 대란의 주범이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1년 이상 묵은 ELS가 조기상환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9일까지 조기상환된 공모 ELS는 7165억원어치로 집계됐다. ELS의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들이 급락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월말까지 2조5000억원어치 이상의 물량이 조기상환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조기상환되는 ELS는 매월 1조2000억~1조6000억원어치에 불과했다. 지수형 ELS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홍콩H지수가 8000선 근처에 머물렀던 탓이다. 국내 투자자들 대부분은 홍콩H지수가 10,000~14,000이던 지난해 ELS에 가입했으며 일반적인 ELS 조기상환 기준선은 계약 시점의 85% 안팎이다. 홍콩H지수가 8500~11,900까지 오르지 않으면 조기상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얘기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달부터다. 홍콩H지수가 8900선 안팎까지 오르면서 지수 10,000선 근처에 ELS에 가입했던 투자자들 중 일부가 원리금을 되찾기 시작했다. 7월 ELS 조기상환액은 2조3075원으로 전달(1조2059억원)의 두 배에 육박했다. 홍콩H지수 상승세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10일 종가는 전날보다 0.15% 오른 9315.50. 8월 들어서만 300포인트가량 올랐다.

전문가들은 홍콩H지수가 12,000선 아래일 때 가입한 ELS 대부분이 하반기에 조기상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H지수가 이익 대비 주가 수준 면에서 다른 나라 지수들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만큼,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홍콩H지수가 10,000~12,000 사이일 때 발행된 공모 ELS는 5조8313억원어치에 달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모상품까지 합하면 10조원어치 안팎의 ELS가 조기상환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장은 ELS에서 탈출한 자금이 어디로 움직일지에 주목하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비쌀수록 손실 위험이 커지는 금융상품이다. 요즘처럼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상승하는 국면엔 안전지향적인 투자자들이 ELS 시장을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 상환액은 늘고 발행액은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나 주식형펀드 등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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