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신 기자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사진)는 “20대 국회에서 상법 개정을 논의한다면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 보호는 고려하지 않고,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만 앞세운 상시적 경영권 위협법”이라며 “세계 모든 나라의 상법은 경영권과 소액주주의 권리를 조화롭게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상법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제도만 도입돼 경영권 보호 측면이 취약하다”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 등에서 활용하는 황금주, 포이즌필 등의 제도를 도입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주는 1주만으로도 주주총회 의결사항에 대해 절대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말한다. 이 황금주를 대주주나 경영자에게 부여하면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된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자가 기업의 주식을 일 ?비율 이상 취득할 경우 이사회가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싼값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 경영권을 방어하는 제도다.
전 교수는 야당의 개정안대로 상법이 바뀌면 소액주주가 아니라 투기자본만 배를 불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회사 주식 1%만 갖고도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 추궁을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1%의 모회사 지분을 가진 투기자본이 자회사는 물론 손자회사, 증손회사 경영진을 공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번 개정안은 재벌 총수를 겨냥하다가 투기자본만 웃게 할 교각살우(矯角殺牛) 법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대다수 기업이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고 있어 피해가 작았으나, 야당 개정안대로 입법되면 국내 대부분 상장사에서 투기자본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투기자본에 이사회를 장악당해 경영권을 잃을 뻔한 ‘SK의 소버린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벅셔해서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의 안정적 성장 뒤에는 황금주 등 경영권 안전장치와 그에 따른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있었다”며 “경영권 보호 장치가 없었던 애플에서 이사회가 창업주 스티브 잡스를 쫓아내고 위기를 맞은 사실을 국회가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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