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도 판매 허가 받아
5000억 국내시장 놓고 한판
[ 조미현 기자 ] 지난 9일 찾은 경북 안동의 SK케미칼 독감 백신 공장 ‘엘하우스’. 직원들이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포장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백신 생산라인에서는 일회용 주사기에 시간당 1만8000개씩 백신 주사액이 채워졌다.
SK케미칼은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독감 예방접종 기간을 앞두고 5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물량을 생산 중이다. 올해는 4개 독감 바이러스를 한꺼번에 예방하는 4가(價) 독감 백신도 양산하고 있다. 이홍균 SK케미칼 엘하우스 공장장은 “지난 6월부터 생산에 들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가출하승인을 통과하면 병·의원에서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4가 백신시장 쟁탈전 ‘후끈’
SK케미칼이 세계에서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세포배양 방식 4가 독감 백신을 선보이면서 올해 독감 백신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4가 독감 백신은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H1N1, H3N2)와 B형 바이러스 두 종류(야마가타, 빅토리아)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독감 백신이다. 기존에는 A형 독감 바이러스 두 종류와 B형 바이러스 중 한 종류만 예방할 수 있는 3가 백신이 주를 이뤘다. 국내에서 4가 독감 백신을 판매하는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유일했다.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녹십자가 4가 독감 백신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의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SK케미칼이 세포배양방식 4가 백신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세포배양방식은 달걀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동물 세포를 활용해 바이러스를 만든다. 생산기간이 3개월 정도로 짧아 갑작스럽게 독감이 대유행할 때 빠른 시일 내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약효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세포배양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이 공장장은 “백신 전체를 무균 일회용 플라스틱 백에서 생산해 오염 가능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치열해지는 마케팅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 공급 물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300만개로 예상된다. 국내 독감 백신 수요량은 연간 1700만개. 공급이 약 600만개 초과하기 때문에 업체 간 경쟁이 더욱 가열될 것이란 관측이다. 독감 백신은 매년 균주가 달라 올해 생산 물량을 판매하지 못하면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백신 시장 규모는 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8%씩 성장하고 있다.
국내 독감 백신 1위 업체인 녹십자는 주사기 형태뿐 아니라 약병(바이알) 형태의 백신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가 독감 백신은 국제 입찰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인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 인증을 받았다.
SK케미칼은 JW신약과 손잡고 마케팅에 나섰다. 시중에 나와 있는 4가 독감 백신 가운데 유일하게 만 3세 이상 전 연령층에 접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녹십자의 4가 독감 백신은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GSK는 유한양행과 손잡고 독감 백신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안동=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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