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태 기자 ] 정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며 아홉 가지 전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다. 선정된 전략 과제에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정밀의료 등 산업적 파급력이 크고 삶의 질과 관련된 기술이 포함됐다. 파격적 지원으로 10년 내 이들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과연 이들 프로젝트가 큰 그림과 먼 미래 관점에서 선정된 것인지 의아해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처음 열린 전략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한 달 만에 아홉 가지 과제 선정이 끝났기 때문이다. 10년 뒤 국민 먹거리와 안전을 책임지고 10년간 2조2152억원의 예산이 투자될 전략 프로젝트가 이처럼 뚝딱 선정된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회의 준비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허점이 나타났다. 전략 회의 열흘 전까지도 일부 분야에선 회의에 참석할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했고 핵의학 전문가를 미세먼지 전문가에 포함시키는 등 기초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날 전략회의에 참석한 21명의 민간 전문가 중 상당수가 실제 전략 프로젝트와 관련이 적은 기관장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과학계 안팎에선 이 전략 프로젝트를 냉소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가 역점을 두는 미래 먹거리나 성장 동력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가전략 프로젝트를 민관 협력의 대표 과학기술 브랜드로 키워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런 정책은 이번 정부 들어 다섯 차례나 발표됐다.
구글의 알파고가 충격을 주고 닌텐도의 포켓몬고 게임이 유행하고 나서야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니 유행을 타는 전시행정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마린 보이’ 박태환은 지난 8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자유형 200m 예선에서 최하위로 탈락하며 최근 2년간 세계 수영의 급격한 변화를 실감했다고 토로했다.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의 한 대학 교수는 이를 빗대 “세계 과학기술은 지금 변화의 속도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만 이를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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