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엄 니슨이 출연 결심한 이유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 리엄 니슨이 출연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영화 ‘테이큰’ 시리즈와 ‘쉰들러 리스트’에서 명연기를 펼친 그가 인천상륙작전을 이끈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으로 나와 열연(熱演)한다. “맥아더를 닮았다”는 평도 있었다.
리엄 니슨이 ‘인천상륙작전’ 캐스팅에 응한 것은 출연료 때문이 아니었다. 출연료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에선 헐값이었다. 미국 영화시장에서 한국 정도의 출연료를 제시했다간 퇴짜 맞기에 알맞다. 출연 결정과 관련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이렇다. 리엄 니슨은 영화 속 소년병 이야기를 들었다. 초반부에 짧게 등장하는 소년병은 맥아더에게 이렇게 말한다. “후퇴하라는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죽어도 여기서 죽고, 살아도 여기서 살겠습니다.” 그는 이 소년병의 부인인 두월순 씨(82)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출연을 결심했다. 영화적으로도 1분밖에 안 되는 이 소년병의 장면이 영화를 성공 스토리로 이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사(史)를 연구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6·25전쟁의 전세는 북한의 일방적인 우세로 전개됐다. 사흘 만에 서울이 북한의 수중에 떨어졌다. 다음 날인 6월29일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은밀하게 한강 전선을 시찰했다. 한강 시찰을 마친 맥아더는 미 제1기병사단을 인천에 상륙시키는 작전을 구상했다고 한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에 따르면 맥아더는 7월22일을 작전 날짜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세가 급격하게 기울어 작전은 연기됐다. 7월20일 대전이 북한의 수중에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전쟁발발 한 달여 만에 전선은 낙동강까지 밀려버렸다.
성동격서…군산·장사 일대서 기만작전
맥아더 장군은 인천을 점령한 뒤 서울로 진격해 북한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것이 전세를 단번에 역전하는 길임을 직감했다. 문제는 인천이라는 데 있었다. 서해안은 조수(潮水) 간만(干滿)의 차이가 심한 바다다. 상륙작전을 펼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 성공확률은 5000분의 1이었다. 미 합참본부도 이런 악조건과 작전 실패 우려 때문에 ‘인천 불가’를 내세웠다. 미국은 인천 대신 군산을 작전지역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동해안 쪽도 대안으로 떠올랐다. 주문진이었다.
인천상륙작전에 돌입하기 전 미국은 사전 작전을 전개했 ? 이른바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이었다. 거짓 정보도 흘렸다. 북한 정보국도 유엔군이 상륙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문제는 어디로 올 것인가였다. 영화에서도 북한의 첩보활동이 나온다. 이범수가 연기한 북한군 림계진은 인천으로 올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김일성에게 묵살당한다. 북한군은 낙동강 전선 돌파에 총력을 기울이던 때여서 상륙작전을 무시했다는 설도 있다.
맥아더는 삼척을 포격하고 군산에서 기만작전을 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9월14일 포항 장사동(지금의 영덕)에 유격대를 상륙시키는 교란 작전도 벌였다. 기만 작전을 다발적으로 펼친 뒤 맥아더는 미 10군단의 제1해병사단과 제7보병사단 등 지상군 7만5000여명을 상륙작전에 참가시켰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한국 등에 소속된 함정 261척을 인천 앞바다에 투입했다. 인천상륙작전은 한 달 만에 구상됐고 실행된 ‘무모한’ 작전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밖에 안 됐던 이유 중 하나다.
발각된 임병래는 실제로 자결
영화는 인천상륙작전의 거대함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다. 바로 켈로부대원 이야기다.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맥아더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인천 앞바다에 폭발기뢰가 있는지, 인천지역 북한 방어진지는 어떤지, 등대 탈취를 통해 불빛 신호를 줄 수 있는지 등. 배우 이정재(장학수 역)는 실존 인물인 임병래 중위를 모티브로 연기했다. 임 중위는 상륙작전에 필요한 첩보활동을 펴다가 발각돼 자결했다. 바 ?상륙작전 하루 전이었다. 작은 영웅 소년병도 영화에서 큰 역할을 한다. 가족 관객을 영화관으로 끌어모으는 명장면이다. 북한 여병사가 배신한 친구에게 침을 뱉는 장면과 “부모를 쏴 죽이라”는 공산당의 명령에 불복하고 전향한 장학수의 이야기는 6·25전쟁이 동족상잔이 아니라 일방적인 공산 폭력전쟁이었음을 고발한다.
◆'평론가'인가 '편론가'인가 관객 평점은 8점 이상
‘인천상륙작전’ 제작비는 180억원이다. 손익분기점은 470만명. 개봉 12일 만인 지난 7일 관객 수가 500만명을 넘었다. 흥행 성공이다. 이 영화는 개봉 직후 논란에 휩싸였다. “철 지난 반공영화다” “애국심에만 호소한다” “컴퓨터 그래픽은 훌륭하지만 이야기가 형편없다” 영화 평론가들은 평점으로 10점 만점에 3점 중반대를 줬다. 네이버가 집계한 수치다.
하지만 개봉 후 나타난 관객 반응은 정반대였다.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매긴 평점은 8.57점에 달했다. 6828명이 참가한 평점이다. CGV 앱(응용프로그램)이 관객 5만7117명의 평가를 발표했다. 골든에그지수라고 하는데 무려 88%(최상위 등급)로 높게 나왔다. 평론가들의 형편없는 평가는 ‘국제시장’ ‘연평해전’ ‘명량’에서도 나타났다. ‘시대착오적인 영화다, 꼰대 세대들의 이야기다, 이런 영화를 돈 주고 왜 보느냐’는 식이었다. 평점도 낮게 줬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관객 수가 모두 1000만명을 넘었다.
평론가가 아니라 ‘편론가’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영화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것이 좋다. 미학적으로 무엇을 성취했나를 평가하는 평론이라면 의미가 있다.
하지만 평론가가 “시대착오적인 반공영화”라는 평을 내놓는 것은 평론이 아니다. 애국심을 싫어하는 좌파 평론계의 시비 걸기라는 비평은 그래서 나온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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