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3대 지수 '사상 최고'] 국채값 너무 올라 '머니 무브'…뉴욕증시 17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입력 2016-08-12 19:19  

주식으로 방향 튼 투자자들

"국채 먹을 게 없다…금리 오르면 큰 손실"
"유동성 장세일 뿐" vs "또 다른 파티 시작"



[ 뉴욕=이심기 기자 ]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산업지수, S&P500지수, 나스닥지수가 11일(현지시간)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1999년 12월31일 이후 무려 17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난 동반 랠리다.

이날 유럽 주요 증시도 2개월래 최고로 오르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에 따른 후유증에서 벗어났다.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상승세를 타면서 글로벌 랠리가 이어졌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소폭 올랐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세계적인 저금리로 풀린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일 뿐이라는 시각과 향후 경기를 낙관한 또 다른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이젠 국채가 주식보다 위험”

이날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17포인트(0.64%) 상승한 18,613.52를, S&P500지수는 10포인트(0.47%) 오른 2185.79를 기록했다. 나스닥지수도 23포인트(0.46%) 상승한 5228.40으로 마감하며 신기록을 작성했다. 올 들어서는 다우가 6.8%, S&P500지수 6.9%, 나스닥지수는 4.4% 상승했다. 2월 중순의 저점과 비교하면 3대 지수 모두 6개월 만에 20%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돈이 주식 외에 갈 곳이 없다”고 급등 배경을 분석했다. 이날 국제 유가가 4% 급등하고 메이시스 등 대형 백화점의 2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이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높은 수익률을 쫓아 투자금이 증시로 몰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한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가 14조달러로 전체 발행 국채의 3분의 1에 달하자 플러스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상품인 주식으로 돈이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투자자금은 위험자산인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인 국채에 몰렸다. 국채 가격은 급격히 올랐다(국채 금리는 급락). 하지만 향후 국채 금리가 오르면(국채 가격 하락) 주식보다 더 큰 손실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해 투자자의 눈을 주식으로 돌리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중앙은행(BOE)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했는데도 국채 가격이 뛰고 회사채 가격까지 오르자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금리가 2011년 7월 수준까지 오를 경우 투자등급 국채에서만 3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비싸게 사들인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위험을 경고杉?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주식 중에서도 배당성향이 높고, 금리 변동 영향을 적게 받는 경기방어주를 사들이고 있다.

◆또 다른 ‘파티’의 시작일까

월가의 한 기관투자가는 “이제 또 다른 ‘파티’가 시작됐다”며 증시의 추가 상승을 낙관했다. 프랭크 카펠러리 인스티넷 전무는 “증시 상승 흐름이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S&P500지수가 30% 급등한 2013년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아 지수가 5%가량 하락할 수 있지만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시로 자금 유입이 이어져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내 금리 인상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는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 상승세를 근거로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3% 상승하며 유로와 엔화에 강세를 보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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