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세대' 올림픽 8강 이끈 신태용의 '형님 리더십'

입력 2016-08-14 10:05   수정 2016-08-14 10:13

홍명보 이어 2회 연속 올림픽 8강 진출
지도자로 더 빛난 태극마크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4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태극전사들을 8강까지 이끈 신태용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99골 68도움이란 기록을 남기면서 레전드로 꼽히는 신태용 감독이지만 현역시절 올림픽과의 인연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신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본선에서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출전했지만,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다. 대표팀도 3무로 탈락했다.

신 감독은 K리그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대표팀에도 발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황선홍, 홍명보, 최용수, 서정원 등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동시대 축구스타들과 비교해 '비운의 스타'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축구대표팀을 지휘하는 신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명지도자로 기록되게 됐다. 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한국시간) 온두라스에 0-1로 무릎을 꿇고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홍명보 감독에 이어 2회 연속올림픽 8강을 이끈 지도자가 됐다.

특히 '골짜기 세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앞선 세대에 비해 약체로 꼽혔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올림픽 8강까지 올려놓은 것은 신 감독의 리더십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신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었던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직후였다.

올림픽 팀을 맡은 뒤 18개월간 신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변화시켰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했다. 훈련 과정에서 생기는 고민과 문제점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해결책을 같이 고민했다.

신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피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약체 피지를 맞아 대량득점에 대한 부담 탓에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인 끝에 전반을 1-0으로 마쳤다.

문창진(포항)은 페널티킥을 실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휴식시간 라커룸에서 화를 내는 대신 제대로 공격이 이뤄지지 않는 원인을 선수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실수를 질책하지 않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던 선수들은 신 감독의 격려에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후반 시작 휘슬 이후는 효과를 발휘했다. 후반 들어 선수들은 전반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결국 이날 경기는 기록적인 8-0 대승으로 끝났다.

신 감독이 선수들과의 소통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이룩한 것은 아니다. 신 감독은 현재 한국 축구계에서 손꼽히는 전략가다.

신 감독은 올림픽 예선 과정에선 4-2-3-1과 4-4-2, 4-3-3 등 공격적인 포백(4-back)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을 선호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엔 수비적인 스리백(3-back)을 가동하면서 세계최다 기록인 8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을 이뤄냈다.

첩꽁?메달을 향한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신 감독의 리더십은 많은 것을 이뤄냈다. 신 감독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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