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홍대 인근에 11월 개원
'김영란법' 내달 시행따라 교수 고액과외 위축될 듯
[ 박동휘/임기훈 기자 ] 대학 입시 전문기업인 종로학원이 예체능 입시 시장에 뛰어든다. 연간 수험생만 6만여명에 달하는 등 예체능 입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학교수의 고액 과외를 비롯 음성화된 사교육에 의존하는 예체능 입시 관행을 바꿀지 주목된다.
14일 교육업계 등에 따르면 종로학원은 오는 11월 서울 홍익대 인근과 대치동에 예체능 입시 전문학원을 열 예정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일반 교과와 예체능 실기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곳으로 국내에 이 같은 형태의 입시학원이 생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2016학년도 입시에서 예체능 수시모집 경쟁률이 32 대 1로 일반 수시와 비교해 5~6배가량 높았다”고 말했다.
수능과 실기 준비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위해 종로학원은 홍익대 인근 미술학원 등과 제휴할 계획이다. 종로학원이 SM엔터테인먼트와 공동으로 내년 초 출범시킬 ‘아이돌대학’ K팝국제학교와의 시너지 효과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종 曠極坪?‘대중형’ 예체능 입시전문 학원을 열기로 한 것은 갈수록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사업 다각화가 절실해서다. 여기에 예체능 입시 특유의 폐쇄성이 종로학원을 움직이게 한 요인이다. 시간당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액 사교육을 받는 ‘금수저’와 동네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흙수저’로 양극화된 시장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예체능 입시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7학년도 4년제 대학의 예체능 모집정원은 3만7000여명으로 전체의 10%에 달한다.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수험생이 6만명을 웃돈다. 의·치·한의대 모집정원이 4000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큰 입시 시장이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각 대학이 예체능 입시에서 수능(수학능력시험) 등 일반 교과목 성적을 중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흔한 입시 설명회조차 없다. 예체능 전문을 표방하는 학원 대부분에선 실기만 배울 수 있다. 일반고 출신 미대 준비생인 A씨는 “가정형편상 대학교수 레슨을 받는 건 꿈도 못 꾼다”며 “그나마 영어, 국어 등 일반 교과 성적에서 비교우위를 가져야 하는데 예체능 수험생이 갈 만한 입시학원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체능 입시는 ‘예술고교 카르텔’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게 교육업계의 지적이다. 관·타악기 등 일부 학과에선 예고 출신이 아니면 주요 대학 입학이 불가능할 정도다. 연간 학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서울예고만 해도 2016학년도에 75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재능이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예고에 들어가지 못한 일반고 학생이나 지방 수험생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요즘 각광 받는 실용음악만 해도 강남지역 전문학원에 다니려면 매달 200만원가량의 학원비를 내야 한다.
9월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대학교수들의 예체능 고액 과외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점도 종로학원이 진출한 이유다. 종로학원은 우선 미술, 체육 등 일반 교과성적의 비중이 큰 영역부터 공략할 계획이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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