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선 '거품주의보'
주가수익률 24배 수준…지난 10년 평균보다 높아
"1999년과는 다르다"
기업들 실적 뒷받침…올 나스닥 4.4% 상승 그쳐
[ 뉴욕=이심기 기자 ] 미국 뉴욕 증시의 나스닥지수가 주간 기준 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2년 이후 가장 긴 랠리라고 경제전문방송 CNBC가 전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 12일 다우존스산업지수와 S&P500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소폭이지만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며 5232.89로 마감했다. 전날 3대 지수가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12월31일 이후 17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나스닥지수만 이날 또다시 신기록을 작성했다.
나스닥지수의 거침 없는 상승세에 월가의 일부 투자분석가는 닷컴 열풍을 연상시킨다며 거품주의보를 내렸다. 나스닥지수의 주가수익률(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이 24배로 지난 10년간 평균인 20배보다 높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닷컴 열풍이 불던 당시와 지금의 증시는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나스닥지수는 12일 기준으로 올 들어 4.4% 상승했다. 이는 1999년 같은 기간의 66%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에는 훨씬 못 미친다. 주가수익률은 닷컴 거품이 정점에 이른 2000년 초반의 59배에 비하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다.
또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당시 정보기술(IT)과 인터넷 기업의 주가가 실적보다는 막연한 기대로 올랐다면 지금은 기업들의 순이익과 매출이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S&P500 기업의 80%가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실적을 냈다. 3분기부터는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면서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도 과거와 달리 냉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개인투자자협회 조사 결과 향후 증시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투자자 비율은 31%로, 1999년 12월 6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당시와 투자 여건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1999년에는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 6.5%였지만 올해는 연 1.5%에 불과하다. 투자금이 채권으로 가기에는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S&P500 기업의 배당수익률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능가해 투자자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
월가의 한 기관투자가는 “최근 들어 다우지수가 아니라 나스닥지수가 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는 배당성향이 높은 경기방어주들이 버팀목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주가 변동이 큰 IT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으며 그만큼 위험 감수 성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는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손바뀜이 이뤄지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통화정책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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