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등 우주산업에 막대한 자금 투자
보잉 등 대형 항공기업 밀집
'민간우주시험장' 모하비 사막
버진갤럭틱·스페이스십 등 버려진 군용시설에 속속 입주
도전적인 투자환경 '장점'
[ 박근태 기자 ]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스페이스플라이트는 군용 가방 크기의 값싸고 성능이 뛰어난 소형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창업자들이 시애틀에 회사를 차린 까닭은 인근에 많은 정보기술(IT) 기업과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있어서다. 이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마존과 같은 거대 IT 기업과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 첨단 기술을 보유한 중견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IT 기업 출신 유능한 전문가들이 위성 개발에 참여하면서 이 회사는 시애틀에서 가장 유망한 벤처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우주 벤처 산실로 거듭나는 시애틀
최근 시애틀 남쪽 켄트에는 스페이스플라이트와 같은 벤처기업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우주에서 사업을 하겠다는 꿈을 꾸는 사업가들은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 덴버처럼 정부의 우주시설과 투자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폴 앨런이 막대한 자금을 우주산업에 투자하면서 젊은 창업자들이 이제 시애틀로 몰려들고 있다. 베조스가 투자한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경쟁사인 스페이스X에 앞서 세계 최초로 우주로 쏘아 올린 로켓을 지구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앨런도 우주 로켓을 성층권까지 싣고 올라가는 세계 최대 항공기 스트라토론치를 개발하는 벌컨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했다. 부자들의 자금이 시장에 흘러들면서 스페이스엔젤네트워크 같은 전문적인 우주 벤처투자회사도 등장했다. 엔지니어들은 이런 든든한 투자를 바탕으로 재활용 로켓과 저가 고성능 위성을 개발하고, 소행성 채굴 사업 같은 상상 속에서나 꿈꿨던 사업을 하나둘 현실화하고 있다. 시애틀에 얼마나 많은 우주 벤처가 설립됐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다. 다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0년 이후 시애틀 지역 우주 관련 기업에 투자된 금액만 13억3000만달러(약 1조4700억원)로 추정했다.
◆스페이스 밸리로 성장한 모하비 사막
로스앤젤레스에서 160㎞ 떨어진 모하비 사막도 민간 우주개발 중심지로 떠올랐다. 이곳에는 2000년부터 버려진 군용시설에 민간 회사가 하나둘 입주하면서 이른바 ‘우주항구’로 불리는 모하비에어앤스페이스포트가 조성됐다. 영국 우주관광회사 버진갤럭틱이 2004년 입주한 것을 비롯해 민간 우주선 제작사인 스페이스십, 매스턴스페이스시스템스, 스트라토론치시스템스 등이 들어섰다. 60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우주 기업이 사막에서 우주 개척 ?꿈을 키우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에서는 주로 신형 항공기 운항시험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주관광선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04년 첫 민간 유인우주선인 스페이스십1을 이곳에서 쏘아 올린 버진갤럭틱은 올해 말 두 번째 우주선 스페이스십2의 시험 비행을 앞두고 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자유로운 실험 환경과 아이디어에 선뜻 돈을 내는 도전적 투자 환경을 이곳의 장점으로 꼽는다.
◆민간 기업 우주개발 지형 바꿔
우주에서 독자 사업 아이템을 찾은 기업이 늘면서 우주개발 풍경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NASA는 이달 초 화성에 갈 우주인이 거주할 공간을 지을 미래 우주 건설사로 비글로에어로스페이스, 보잉, 록히드마틴, 나노랙스, 오비털ATK, 시에라네바다를 선정했다. 미국연방항공청(FAA)은 이달 초 미국 우주 벤처인 문익스프레스가 신청한 민간 최초 달 탐사 계획을 승인했다. 1969년 미국 우주인들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을 처음 밟은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달 탐사가 민간 영역으로 처음 확대됐다. 우주 광산업체도 등장했다. 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는 3년 안에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에 채굴로봇을 보내 희소(稀少) 자원을 채굴하겠다는 계획을 이달 초 내놨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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