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일색' 수영서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
'유리천장' 깬 흑인
[ 최진석 기자 ] 마약 중독자 어머니는 딸을 돌보지 않았다. 역시 마약에 찌든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흑인 소녀에겐 앞이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올림픽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의 얘기다.
“시몬, 너는 최고다.” 이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친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바일스는 3살 때 보건당국에 의해 위탁가정에 맡겨졌다. 이 소식을 들은 외할아버지 론과 재혼한 아내 넬리는 바일스 자매를 법적으로 입양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부모가 된 것이다. ‘두 번째 엄마’ 넬리는 바일스에게 사랑을 쏟았다. 그는 바일스에게 “너는 할 수 있어. 넌 최고야”라며 용기를 북돋워 줬다.
바일스는 유치원에서 동네 체육관에 견학을 간 뒤 체조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당시 동네 학교의 체조부 학생들이 훈련하고 있었다. 바일스는 공중제비를 도는 선수들을 흉내 냈다. 넬리는 바일스를 체조반에 등록시켰다. 바일스를 오늘날 세계 최강의 선수로 키운 ‘세 번째 엄마’는 체조 코치 에이미 부어만이다.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체조 코치였던 부어만은 바일스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 지원했다. 부어만과 바일스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10년째 ‘체조 모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바일스는 체조 무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흑인이다. 키 145㎝로 “체격 조건이 불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작은 체구에 탄탄한 근육을 붙여 고난도 동작을 소화했다. 2013년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리우올림픽에서도 19세 소녀 바일스는 날아다녔다. 기계체조 개인종합과 단체전,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 3관왕에 올랐다. 16일(한국시간) 열린 평균대 종목에선 동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마루 결선에도 진출해 4관왕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깬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흑인 여성 수영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시몬 마누엘(미국)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이전까지 대부분 수영장에서 흑인 출입을 금지해 흑인들은 수영을 접하기 어려웠다. 흑인 부모는 자신들이 배우지 못한 수영을 자식에게 권하지 않았다. 마누엘은 ‘유리천장’을 깨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누엘의 목표는 금메달보다 위에 있다. 그가 말했다.
“난 언젠가 ‘흑인 수영선수 시몬’으로 불리지 않는 그 날을 기다린다. ‘흑인 수영선수’는 금메달을 딸 자격도 없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남들처럼 열심히 했고, 남들처럼 수영을 사랑했고, 남들처럼 이겼을 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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