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9월 말 확정…사업재편 속도 낼 듯
[ 이태훈/주용석 기자 ] 한화케미칼 동양물산 등 4개 회사가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원샷법은 공급과잉 업종 기업의 자율적 사업재편을 돕기 위해 인수합병(M&A)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하고, 세제 혜택과 자금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샷법 신청 첫날인 16일 한화케미칼 등 4개 기업이 신청서를 냈다고 발표했다. 심사에는 최대 60일이 걸리고, 이르면 다음달 말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이 원샷법 적용을 신청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케미칼의 주력 업종인 석유화학 분야는 물론 조선·철강업종에서도 사업재편을 하려는 기업들이 원샷법 신청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은 오는 11월 울산의 염소·가성소다(CA) 공장을 화학제품 제조기업인 유니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가격은 842억원이다. 원샷법 적용 승인이 나면 한화케미칼은 4년간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납부가 미뤄져 17억원 정도의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공장 매각을 통해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유니드는 울산 공장 생산설비를 개조해 가성칼륨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한화케미칼은 유니드가 생산하는 가성칼륨 부산물인 염소를 공급받아 폴리염화비닐(PVC) 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한화케미칼과 나란히 원샷법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유니드 관계자는 “울산 공장 매입이 완료되면 인천 공장을 울산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한 규제 간소화를 기대하고 원샷법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농기계 제조업체인 동양물산도 신청서를 냈다. 동양물산은 동국제강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 밖에 중소 조선기자재업체 한 곳도 원샷법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원샷법으로 M&A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GS 등 주요 대기업들은 원샷법을 활용해 사업재편을 가속화하거나 신성장사업 부문 등을 M&A할 여지가 있는지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재합병 추진, 삼성전자와 삼성SDS 합병설 등이 다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원샷법 전담지원기관인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신청 첫날에만 10건 정도의 상담 문의가 있었다”며 “어떤 업종이 공급과잉에 해당하는 지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원샷법 적용을 받으려면 기업 스스로 해당 업종이 과잉 생산 업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은 관련 통계를 구하기 어렵고 서비스업은 활용할 만한 보조지표조차 거의 없다”며 불만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공급과잉 기준 등을 포함한 사업재편 실시지침을 곧 확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아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주용석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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