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오사카 골목 사이사이 일본의 맛과 멋 만나요

입력 2016-08-21 15:26  

[ 오사카=최갑수 기자 ]
오사카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여행지여서 식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사카 외곽의 지나이마치나 나가자키초, 가라호리 같은 곳은 색다른 풍광을 보여주는 곳이다. 오사카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거나 마치 에도시대로 돌아간 듯한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오사카 중심지인 도톤보리처럼 사람들로 붐비지는 않지만 고적하고 우아하다. 오사카의 속살로 골목여행을 떠나보자.

에도 시대를 산책하듯-지나이마치

오사카 동남부에 자리한 지나이마치는 긴테쓰 나가노선 돈다바야시 역에서 가깝다. 전형적인 일본 소도시 분위기를 풍기는 아담한 역에서 빠져나와 5분만 걸어가면 전혀 다른 풍경을 만난다. 마치 에도시대 속으로 걸어들어온 느낌을 받는다. 고풍스런 기와를 올린 검은색 2층 목조건물이 좁은 골목 양편으로 늘어 서 있다. 골목은 소형차 2대가 비켜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다.

지나이마치는 절 경내에 있는 마을을 뜻한다. 마을 가운데에는 고쇼지베쓰인이라는 절이 있는데, 마을은 이 절을 지키기 위해 1558년부터 만들어仄?시작했다. 마을에는 절에 물건을 납품하는 상인들이 주로 살았다고 한다. 동서로 400m, 남북으로 350m에 이르는 길에 500채 정도의 건물이 남아 있는데, 이 중 180동이 에도, 메이지, 다이쇼, 쇼와 초기의 건축물이다. 지나이마치는 일본 정부가 지정한 중요전통적 건조물보존지구이기도 하다.

마을을 걷다 보면 집집마다 죽창과 못으로 만든 철창이 있는 가옥을 볼 수 있다. 이 창문을 ‘무시코마도’라고 하는데 에도시대 건축의 특징이라고 한다. 지나이마치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은 구 스기야마 주택이다. 지붕까지 합하면 4층이나 되는 큰 건물로 지나이마치가 생겼던 16세기부터 있던 오래된 가문의 집이라고 한다. 양조장을 운영하던 가문이라 관련된 물건들도 볼 수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진한 커피향이 발걸음이 붙든다. 헤이조라는 커피 가게다. 원두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그린 빈을 로스팅하고 그라인딩해 커피를 내려준다. 헤이조가 들어선 집 역시 120년이 넘은 건물이다. 커피 가게 옆은 일본 전통 종이공예인 조하시(彫貼紙)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방이다.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던 주인이 만든 액자며 연필꽂이 같은 아기자기한 공예품이 지갑을 열게 한다.

오사카의 옛 모습이 고스란히-가라호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사카는 미군의 폭격에 의해 도시가 대부분 파괴됐다. 지금의 오사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한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폭탄이 떨어지지 않은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가라호리다. 오사카 한가운데 이런 마을이 섬처럼 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한쪽에는 가라호리 시장도 있어 오사카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라호리는 언뜻 보기에 나가자키초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한걸음 들어서면 확연히 다른 풍경과 만난다. 1920~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목조 연립주택인 나가야와 마치야가 보기 좋게 어울려 있는 모습이 좀더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마치야는 ‘장사꾼의 집’ 또는 ‘상가에 있는 집’이란 뜻으로 주상복합 건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교토에서 볼 수 있는 넓고 평평한 계단길도 만날 수 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인 이곳에 몇 해 전부터 공방과 카페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단추만 판매하는 단추전문점도 있고 생일 카드와 수첩, 엽서 등 종이 제품만 판매하는 문구점도 있다. 골목 곳곳에 자리한 카페며 공방, 작은 식당 등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이 우리네 서촌과 너무나도 닮았다.

꼭 가봐야 할 곳은 렌(練)이다. 가라호리의 오래된 목조건물을 통째로 옮겨와 공방과 상점 등을 입주시켰다. 수제 초콜릿 가게와 골동품 가게, 점집, 그릇 가게 등이 들어서 있는데, 물건들이 하나하나 개성이 넘친다. 가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보면 에도시대 일본 상점을 돌아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2층에서는 기모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호젠지요코초와 덴마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톤보리 거리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오사카의 옛 ㅓ釉?물씬 풍기는 골목을 만나볼 수 있으니 바로 호젠지요코초다. 60여개 식당과 주점이 자리한 골목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골목 한가운데 있는 호젠지라는 절이 있는데, 물을 끼얹으며 소원을 비는 부동명왕상으로 유명하다.

호젠지요코는 낮보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저녁 무렵이면 운치를 한층 더한다. 선술집 처마마다 걸어놓은 붉은 초롱에 불이 들어오면서 좁은 골목이 왁자지껄해지고 활기가 돌기 시작한다. 마치 일본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펼쳐진다.

우메다 역과 덴진바시스지에서 가까운 덴마 역시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다. 길이가 2.6㎞에 달해 일본에서 가장 긴 쇼핑 아케이드로 꼽히는 덴진바시스지 끝에 자리하고 있다. 초밥전문집, 닭요리집, 꼬치구이집, 굴구이집, 이자카야, 로바다야키 등이 다닥다닥 붙어 맛집 골목을 이루고 있다. 도톤보리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일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일본식 주점에서 생맥주와 사케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무조건 가봐야 할 곳이 바로 덴마다.

오사카=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여행정보

지나이마치는 돈다바야시역을 이용한다. 역 건너편에 관광안내소가 있어 한국어지도를 구할 수 있다. 지나이마치에 자리한 ‘키친아이’는 국물이 자작한 일본 가정식 햄버그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곳. 나가자키초는 나카자기초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야마타쓰’(06-6371-6494)는 고로케가 유명하다. 가라호리는 마쓰야마치역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초콜릿 가게 ‘에크추아’(06-4304-8077’는 렌 건물 1층에 있다. ‘이모안’(06-6764-0868)은 크레페 전문점이다. 호젠지요코초는 난바역 14번 출구를 이용한다. 도보 3분 거리. 덴마는 덴마역을 이용한다. ‘얏코즈시 총본점’(06-6358-4427)은 덴진바시스지에서 유명한 초밥집이다.

오사카를 대표하는 음식은 오코노미야키와 구시카쓰, 다코야키다. 밀가루 반죽에 돼지고기, 오징어 등을 넣어 부친 일본식 빈대떡이라고 보면 되는데, 오사카가 원조다. 일본 전문 여행사 엔타비(02-755-5888, ntabi.kr)는 다양한 일본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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