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며 여야가 합의문까지 발표한 게 벌써 열흘도 더 됐다. 20대 개원 이후 유난스러웠던 ‘민생’이니 ‘협치’니 하는 구호들과 함께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 최경환 안종범 홍기택 등 3인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추경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추경의 필요성만 역설해대는 새누리당도 오로지 ‘실세’의 보호 작전뿐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 역시 모호한 중재안으로 실리만 챙기려드는 모양새다.
추경만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것도 제대로 결정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해가는 게 문제다. 외부의 온갖 변수나 도전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불임 시스템이 진짜 위험이다. 4·13총선이 만들어낸 20대 국회의 치명적인 한계다. 아무도 책임이 분명한 리더십을 갖지 못하도록 여야 정치권과 지지자들이 암묵적으로 담합 ?결과다. 온갖 명분의 개헌론도 본질은 마찬가지다. 나의, 우리 당의 집권 역량이 부족해지자 다른 누구의 리더십도 인정하지 않게 되는 ‘마이너스의 정치’다. 이런 식이라면 내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국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실업률이 급증하는 경남과 울산에서는 속이 탄다. 11조원 추경 가운데 조선 실직자 지원 2000억원을 포함한 일자리창출 1조9000억원, 국책은행 지원 1조9000억원 등은 특히 적기에 집행해야 효과도 크다. 실업대책 등에 차질이 생기면 구조조정 자체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상반기 세계 무역액이 6년 만에 최저치로 위축된 가운데 우리 수출의 감소폭은 작년의 2배로 늘어났다. 2분기 국내 소비성향도 70.9%로 사상 최저치다. 국회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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