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과 원금까지 날릴 위험도 높아
원금 지키는 게 요즘 재테크 철칙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
우리나라를 포함해 거의 모든 선진국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점이다.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인 나라도 있다. 미국이 2018년까지 연 3%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하지만 변수가 많다. 미국 자체의 경제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불투명한 중국 경제 등은 언제라도 글로벌 경제환경을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분기에 한 번씩 경제전망치를 수정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각국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에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초(超)저금리 상태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이런 초저금리에도 투자할 곳이 없으니 은행으로 돈이 몰려온다. 절박하다.
물론 고수익이 나는 곳도 있다. 카지노와 진배없지만 우리나라 주식도 잘 찍으면(?) 하루에 수십%를 벌 수 있다. 브라질과 러시아 주식도 올해 들어 20~30%(현지화 기준) 수익이 났다. 그러나 그런 수익은 그만큼 위험이 따른다. 무위험 자산에 연 0~1% 이자가 붙는다는 것은 그 이상 수익에는 반드시 원본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투자자는 우습게 아는 연 2~3% 수익도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이 깨질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재테크의 출발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투자자들은 저금리가 될수록 더욱 조급해진다. ‘80년’을 저축해야 겨우 원금이 배로 늘어나는 상황에 단기 고수익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다. 최근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과열도 돈이 갈 데가 없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유가증권시장에도 이 같은 투자자의 갈증을 해결해준다는 각종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녹인(Knock-in: ELS 투자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만 되지 않으면 비교적 고수익을 보장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신용등급이 떨어지지만 않으면 5% 이상의 수익이 나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잘하면 아래 위로 2배 먹을 수 있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올 들어 30~40% 오른 원자재 상품, 아프리카 중남미 주식에까지 투자하는 펀드, ‘이론적으로는’ 시장이 오르든 떨어지든 돈을 벌 수 있다는 롱쇼트 펀드, 작년 이후 대거 출시되고 있는 사모펀드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는 헤지펀드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리스트가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연 1%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모든 상품은 당연히 그만한 위험이 있다. 그 위험은 수익이 1% 올라갈 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그래서 이런 상품들은 얄팍한 종잣돈으로 노후를 설계해야 하는 서민에겐 고혹적이지만 너무 위험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고위험·고수익 상품의 주고객이 중산층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게다가 이들 상품은 대개 성과급을 떼고 수수료도 높 ? 특히 해외펀드는 환수수료 발생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깎아먹을 수 있다. 복잡한 환매 체계와 기준가 산출 방법 등은 웬만한 전문가도 계산하기 까다롭다.
일본 금융자산의 80%가 거의 제로 금리인 우체국 예금에 있는 것은 바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원금이 깨지지 않는 것이 저금리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체험했기 때문이다. 가령 100만원을 잃으면 1억원의 1년 이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10억원을 저금해야 1년에 1000만원이 나온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투자에 실패하면 원금 회복이 그만큼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왜 초저금리 시대일수록 원금 보존이 우선인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대충 남 따라 하다 돈 잃어도 그만이라는 투자는 고성장, 고금리 시대의 유물이다. 이제는 0.1% 수익도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현재 상황이라면 대개 연 3% 내외가 최소의 위험에 적정 기대수익이다. 이나마도 상품 구조와 운용자의 경력을 꼼꼼히 따져야 얻을 수 있다. 한때 인기 상품에 편승했다가 쓴맛을 본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정말 학습 효과가 쌓일 때도 됐다. 재테크는 원본을 지키는 상품에서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상진 < 신영자산운용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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