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신도청 시대] 새 둥지 튼 경북도…세계적 '혁신 클러스터' 만든다

입력 2016-08-23 16:53  

50년 만에 안동으로 도청 이전
신소재·IoT·바이오·로봇 등
권역별 융복합 신산업 육성



[ 오경묵 기자 ] 경상북도가 안동·예천 시대를 맞아 신도시 조성과 한반도 허리경제권 구축, 신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 2월 새 청사로 옮겨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어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신청사 개청식을 열고 새로운 경상북도 시대를 열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경상북도가 생긴 이후 120년, 대구 산격동에 둥지를 튼 지 50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이전”이라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경북 북부의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같은 위도상의 세종시와 동서발전축을 형성해 국토 균형발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상북도청이 대구를 떠나 경북으로 옮긴 것은 1896년 13도제가 시행된 이후 120년 만이다. 1966년 대구 중구 경상감영에서 현재의 북구 산격동 청사로 이전한 것으로 따지면 50년 만이다.

한반도 허리경제권 출현과 균형발전

경상북도청의 안동 이전 이후 경상북도는 구미 포항 중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균형발전을 위한 권ず?신산업 육성에 본격 나선다. 탄소와 티타늄 산업벨트,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둔 스마트 융합기기벨트, 포항을 중심으로 한 방사광가속기 신약산업벨트, 안동을 중심으로 한 그린 바이오산업벨트 등 7대 융복합 신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광역협력을 통한 한반도 허리경제권 사업도 본격 추진한다. 한반도 허리경제권은 경상북도 도청 이전을 계기로 북위 36도에서 만나는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강원권과 연계해 국토의 새로운 동서발전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북 위주의 국토 성장 전략에서 탈피해 동서축의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2014년 김관용 경북지사가 민선 6기 공약으로 처음 제시해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21일에는 대전시청에서 한반도 허리경제권을 위한 중부권 정책협의회가, 7월20일에는 이를 구체화할 중부권 정책포럼이 출범했다. 김 지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종전의 영남권이나 부산·울산·경남권, 영호남권과 달리 정책을 연결고리로 해 탄생한 최초의 협의체”라며 “국토 균형발전과 함께 초광역 협력의 새로운 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내 균형발전을 위해 북부권은 바이오생명, 동해안권은 과학에너지, 서부권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신산업, 남부권은 기계부품·항공 등 권역별 산업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청 이전 성패 신산업 육성에 달려

대기업 생산기지 이전과 철강산업 침체 등으로 경북의 수출은 심각한 위기 국면에 빠졌다. 2016년 상반기 대구·경북의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9.6%나 감소한 182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무선전화기 수출은 증가(17.3%)했으나 평판디스플레이(-36.6%) 열연강판(-20.4%) 자동차부품(-23.4%) 등 주력 수출 품목이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4년 5월 이후 전년 동월 대비 수출실적은 무려 25개월째 마이너스다. 올해 1월에는 월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악인 31.2%의 수출 감소를 겪었다.

경북의 수입(전년 동기 대비)도 11개월째 감소하다 지난 6월 0.2% 증가한 13억37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수출 감소도 문제지만 수출용 원자재 수입 감소가 커 향후 수출 회복 여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상북도가 도청 이전을 계기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구축에 나섰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를 연 구미와 포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구미 등 서부권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IT 융복합 스마트기기 산업으로, 포항권은 포스트 철강시대를 탄소·티타늄·그래핀 등 소재산업과 방사광가속기 산업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구미 포항뿐만 아니라 영천·경산의 항공 로봇 화장품 산업, 안동의 바이오백신 산업 등 도청 이전 후 권역별로 신산업을 기반으로 한 클러스터화를 구체화하고 있다.

120년 만에 어렵게 이룬 경북도청 이전의 성패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기업 전속 체제의 낡은 옷을 벗고 중소기업 중심의 권역별 혁신클러스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는 “하청기업이 특정 모기업과 배타적으로 거래해야 하는 전속 거래 방식은 세계 경제의 급격한 부침과 변화무쌍한 ‘패러다임 시프트’ 속에서 중소 曠갼胎셈?발전을 가로막는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융복합이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을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장비 부품기업의 탄생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1일 구미에서는 의미심장한 모임 발족식이 있었다. 구미지역 민간기업 부설연구소들이 협의체를 만들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민간 중심으로 열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구미지역 부설연구소가 2배나 증가한 것은 경북의 경제 여건 악화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씨앗이 살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스코는 지난 11일 경상북도, 포항시와 함께 티타늄 산업 육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티타늄 사업 투자 확대를 선언했다. 김병태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산업실장은 “독일 드레스덴이나 MAI 카본클러스터, 스위스 바젤과 같은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처럼 권역별 신산업 육성이 성공한다면 경북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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