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케미칼·애경·이마트 살균제 표시광고 위반 판단 불가 결정

입력 2016-08-24 14:18  

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판단 불가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되고 있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주성분으로 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정위는 SK케미칼·애경·이마트 등이 가습기살균제에 CMIT·MIT 등 주성분명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지면 당장 과징금·검찰 고발 등 제재를 하지 않는다.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발견되면 다시 심의를 이어갈 수 있다.

애경은 2002∼2011년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팔았으며, 이마트는 2006∼2011년 애경으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아 '이마트(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라는 이름으로 판매했다.

이들 3사가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은 CMIT·MIT 물질로,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이미 인체 위해성이 확인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다르다.

정부는 2012년 CMIT·MIT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유독물로 지정했지만 이 물질을 극소량 희석한 가습기살균제 실험에서는 폐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 사무처는 이들 3사가 CMIT·MIT 계열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주성분이 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했다고 보고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공정위 소회의는 사무처의 심사보고서와 피심인 측 3사의 반박 등을 함께 검토하고 이들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당장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소회의는 CMIT·MIT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현재 환경부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최종 결과가 나와야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환경부는 폐 손상 피해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해 우선 애경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에 대해 의료비 등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폐 손상 외 기관지염, 기타 장기 손상 등의 영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회의는 또 환경부가 CMIT·MIT를 유독물로 지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1% 이상 혼합물질'에 한정한 만큼 약 0.015%로 희석한 가습기살균제의 인체 위해성은 판단이 어렵다고 봤다.

공정위는 2012년 PHMG·PGH을 사용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 등 4개사에 과징금 부과·검찰 고발 처분을 내리고 롯데쇼핑 등 2개사에 경고 처분을 했다.

하지만 당시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애경·이마트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공정위가 이 사건을 '심의절차 종료'로 일단락하면서 이들 3사에 대한 표시광고법 위반 검찰 고발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달 말로 만료가 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에 대해 판단 불가를 선언하면서 피해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8일 CMIT·MIT 계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이들 3개사의 전·현직 임원 2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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