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내년 대선 후보 결정 방식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연대하자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야권의 모든 대선 후보가 함께 탈 수 있도록 하자는 ‘플랫폼 정당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벗어난 ‘제3지대론’ 등도 등장했다. 어떤 방식이든 야권 통합론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연대 문제는 더민주 대표 경선전에서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연대 주장 이면에는 호남 표심을 잡지 않고선 승리할 수 없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 지난 4월 총선 때 더민주는 호남에서 참패했다.
김상곤 더민주 당대표 후보는 야권 연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종걸 후보도 “연대든 통합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반면 추미애 후보는 “당을 흔들고 나간 세력과 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당의 자존심 문제”라고 맞받았다.
헤어졌다 선거 앞두고 통합 반복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야권 연대’ 세일즈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이 내년 3월 이후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한길 대표가 이끌던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은 2014년 3월 전격 합당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다. 지난해 12월13일 안 의원은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갈라선 지 8개월여 만에 다시 연대 얘기가 불붙은 것이다. 국민의당 내에서 안 의원은 후보 단일화에 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반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영입 등을 겨냥해 ‘플랫폼 정당론’을 펴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야당의 DNA는 곧 분열과 통합이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열세 번 당명이 바뀌었다. 평화민주당→신민주연합당→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통합민주당→민주당→민주통합당→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으로 변모했다. 민주·통합이라는 단어가 이리저리 조합돼 비슷한 당명이 어지럽게 명멸했다.
100년 정당커녕 10년도 못가
이름만으로 보면 이념이나 노선을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계를 떠난 다음에 더 잦은 분열과 통합이 이뤄진 것은 리더십 부재 때문이다.
야권이 이렇게 이합집산을 거듭한 데는 복잡한 세력 구성이 자리 잡고 있다. 동교동계와 노무현계, 시민사회 세력, 노동계, 안철수계 등이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져 손을 잡았다 놓았다 했다. 선거가 ‘촉매제’가 됐다. 선거 패배 뒤 ‘이혼’했다가 선거를 앞두고 ‘재혼’하는 게 습관적으로 반복됐다. 정당을 가르는 기본인 이념적 기준은 그리 중요한 잣대가 되 ?못했다. 정치 공학이 난무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선거판에는 어김없이 원칙 없는 이합집산이 이뤄질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월 출간된 ‘더불어민주당 60년사’에서 “자랑스런 60년을 가슴에 품고 100년 정당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자”고 말했다. 60년 동안 숱하게 당 이름이 바뀌었고, 더민주가 적통이라고 명쾌하게 증명할 수도 없는데 ‘더민주 60년사’라고 한 것은 코미디다.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 사회당, 독일의 사민당처럼 100년은커녕 10년 정도라도 한 간판을 달고 있는 정당을 구경하기 힘든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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