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산업 영향 추가 협의…11월23일까지 허용여부 결정"
당초 '불허' 예상했으나 회의 막판에 '유보'로 선회
미국 대선서 쟁점화 부담된 듯
[ 임원기/이호기 기자 ]
경기 수원 국토정보지리원에서 24일 열린 구글의 국내 지도 해외 반출 요청에 대한 정부 협의체의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불허’ 결정이 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제인 이번 회의를 앞두고 정부 부처 간 찬반이 갈렸다는 점, 무엇보다 반대 뜻이 확고한 국가정보원이 참석했다는 점이 이런 예측을 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결정 유보’였다. 이 때문에 갑자기 결정을 유보할 수밖에 없는 외부 변수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반출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지난 6월1일 접수한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 민원은 당초 8월25일까지 그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오늘 열린 정부 협의체에서 지도 반출 시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공간정보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논의한 결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신청인인 구글 측과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을 추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신청인 측에서도 정부 의견을 듣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정부의 브리핑 내용 중 ‘구글 측이 추가 협의를 요청했다’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안보뿐 아니라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구글 측 요청이나 산업 관련 추가 협의의 필요성이 최근 갑작스레 불거진 이슈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구글 지도 반출이 가져올 산업적 파급효과 등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기존 불허 조건에서 사업을 해온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인해 정부가 허가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런 ‘예측 가능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어떤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미국의 통상 압력이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구글 지도 반출 문제와 관련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8일 우리 정부 부처와 비공개 영상회의를 열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의 직후 구글이 다시 한 번 추가 협의를 요청했고 정부가 고심 끝에 결정을 연기하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원장은 “회의에 참가한 정부 각 부처의 개별적인 의견은 공개할 수 없다”며 “정부 내부에서도 보다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 유보에도 불구하고 재심의를 통해 반출 허가 결정이 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60일(근무일 기준) 뒤인 11월23일이 미국 대선(11월8일) 이후라는 점을 보면 정부가 부담스러운 결정을 미 대선이 끝난 뒤로 미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정부가 안보 문제 등에 더 초점을 맞추는 한 결정 시점을 늦춰도 불허 결정이 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임원기/이호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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