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오해와 진실] "감세 혜택 집중됐다던 대기업, 실질 세부담 2년째 늘었다"

입력 2016-08-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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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자문회의·조세재정연구원 정책토론회

작년 대기업일수록 실효세율 상승폭 커
외국서 낸 세금까지 포함하면 20% 넘어



[ 이상열 기자 ]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비과세·감면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효세율(과세표준에 비해 납세자가 실제로 내는 세금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추진하는 명목 법인세율 인상마저 현실화하면 기업의 투자와 성장잠재력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법인세수가 오히려 위축될 위험성까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일수록 세금 증가폭 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5일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공동 정책토론회에서 ‘법인세 부담 수준에 대한 평가와 시사점’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발표문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기업들의 실효세율은 16.6%로 2014년의 16.1%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2013년 16.0%에서 두 해 연속 높아진 것이다.

대기업일수록 실효세율 상승폭이 컸다. 과세표준이 1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2014년 17.1%에서 지난해 17.9%로 0.8%포인트 뛰었다. 500억~1000억원 기업도 같은 기간 0.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2억~200억원 기업은 실효세율이 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고 2억원 이하는 오히려 0.1%포인트 낮아졌다.


◆해외납부 세금도 감안해야

이 같은 결과는 그동안 야당이 법인세 인상에 대한 명분 중 하나로 내세운 ‘감세정책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란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 이후 최저한세율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 대기업에 집중된 실효세율 인상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미환류기업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등으로 대기업의 실효세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7.9%로 500억~1000억원 기업(19.4%)보다 낮았다. 하지만 ‘숨어 있는 세금’을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많은 세금을 낸다. 이 같은 외국납부세액은 조세협약에 따라 국내 납부 세금을 산출할 때 차감된다. 한국에 납부한 세금만으로 계산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나는 이유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납부세액을 포함하면 국내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20%를 넘는다”고 말했다.

◆“세율 인상은 성장률에 악영향”

최상위 0.5%의 대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 비중도 78.4%(2014년 기준)에 달해 국제 기준으로 볼 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명목 법인세 최고세율이 30%에 달하는 호주의 76.8%보다 높은 수준이란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실효세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야당 안대로 명목세율을 3%포인트 추가 인상하면 고용과 노동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잠재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올리면 고용은 0.3~0.5%, 노동소득은 0.3~0.6% 감소한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투자 위축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국민계정상 법인부문의 영업잉여를 축소시켜 결국 법인세수 위축으로 귀결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재현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분에 대한 법인세율을 추가로 인상하면 기업들은 기업분할을 통해 이익을 쪼개 누진적 세금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새로운 비효율과 시장 왜곡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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