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본부장직은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다. 자금관리를 비롯한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쳤다.
이 부회장은 2011년에 정책본부장 자리에 오른 뒤 총수 일가를 제외한 그룹 내 최고 실력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
작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간 '형제의 난'이 터졌을 때도 신 회장 편에 서서 사태를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상 때문에 그룹 내 누구보다 경영상 탈법적 요소와 총수 일가의 허물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주요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각종 비리 단서를 수집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수사 착수와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 ?부인인 서미경(57)씨 등 총수 일가를 줄줄이 조사하는 수사 일정을 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가 총수 일가 쪽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였던 셈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봤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급여·배당금을 받는데도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조사할 계획이었다.
그룹측에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얻은 수입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빼돌린 회사 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 편법 증여해 3천억원가량을 탈세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총수 일가 소환 전에 최종 수사 내용을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검찰에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수사 일정과 계획,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도 이 부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수사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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