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슬로바키아 투자, 중국·일본 제쳐
삼성전자 등 100여개 기업 진출
슬로바키아 대통령 내년 한국방문
[ 박종서 기자 ] “슬로바키아 정부에는 한국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는 전담팀이 있습니다. 한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죠.”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만난 밀란 라이치악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58·사진)는 자국 내 한국의 위상과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14년 8월 한국에 부임해 올해 2주년을 맞았다.
그는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100여개 업체가 대거 진출하면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슬로바키아에 가장 많이 투자한 아시아 국가가 됐다”며 “한국과의 관계는 한치도 소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본국의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데 이어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동유럽 국가 가운데 몇 안 되는 유로화 사용국이다. 지난 7월부터 6개월 임기의 순회 EU 의장국을 맡고 있다. 유럽의 중심에 있어 유럽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로 인기가 높다. 슬로바키아 반경 1000㎞ 안 주변국에 EU 전체 인구(5억명)의 60%에 달하는 3억명가량이 산다. 세계은행이 올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슬로바키아가 국경통과무역 분야 1위(전체 29위)를 차지한 배경이다.
슬로바키아는 지리적인 강점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인프라가 뛰어난 곳으로도 평가받는다. 라이치악 대사는 “고교 졸업률이 98%에 이르는 등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해 동유럽 국가 중 노동생산성이 1위”라고 소개했다. 그렇다 보니 포르쉐, 재규어, 벤틀리 등 유명 자동차업체 공장이 슬로바키아에 몰려들었고, 슬로바키아의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는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 판매용 TV 생산기지를, 기아차는 자사 해외공장 중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생산기지를 슬로바키아에 뒀다. 한국 기업들이 현지 공장에서 다량의 한국산 전자·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기 때문에 지난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이 35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넘었다.
라이치악 대사는 “슬로바키아 국민은 한국인이 근면 성실하고 효율을 중시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유럽 국민 가운데 회사 충성도가 높은 슬로바키아 국민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로버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체코 프라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내년에는 안드레이 키스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라이치악 대사는 “두 나라가 연구개발(R&D)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 좋겠다”며 “경제 분야에 집중돼 있는 관계가 관광 등으로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슬로바키아의 주중 상하이총영사, 베이징대사관 대리대사 등으로 근무했다.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국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옹호론을 폈다. “중국이 미국을 의식해 사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이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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