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와 추미애 대표의 '정치 궁합'은
'호남 아들' '영남 딸' 닮은꼴 성공
이정현, 불모지 호남서 당선…여당 대표에
추미애, TK출신으로 야당서 승승장구
'의리' vs '소신' 다른 스타일
이정현, 10년간 박 대통령 곁 지켜
추미애, 야당 본색 '선명성' 강조
[ 손성태 기자 ]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제1, 2당의 대표로 만났다. 정계 입문에서 경력까지 비슷한 점이 별로 없는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여당 사상 첫 호남 대표’와 ‘야당 사상 첫 영남 대표’라는 이색 타이틀을 달고 정치 시험무대에 올랐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 ‘도로 친문(친문재인)당’이란 지적을 받는 상황도 비슷하다.
◆다른 길 걸어온 두 사람
두 사람은 58년생 개띠로 동갑이다. 당의 취약지인 호남과 영남을 발판 삼아 수많은 정치적 시련을 겪고 당권을 거머쥔 ‘성공 스토리’까지 닮았다. 경북여고를 졸업한 정통 TK(대구·경북) 출신인 추 의원은 2008 ? 2011년 전당대회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고 3수 끝에 꿈을 이뤘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대표는 말단 사무처 당직자에서 출발해 ‘16계단’을 밟아 당 대표까지 올랐다. 정치 이력에서 찾을 수 있는 교집합은 여기까지다.
추 대표는 여성 최초의 지역구 5선 의원(서울 광진을)이다. 반면 이 대표는 비례대표와 재·보궐선거를 통해 3선(전남 순천) 고지에 올랐다.
추 대표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춘천지법 판사로 일하다 1995년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고향인 대구에서 김대중 후보 쪽 유세단을 이끌며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국민참여운동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일하면서 ‘돼지엄마’로 불렸다. 추 대표는 2003년 분당 때 열린우리당에 가지 않고 민주당에 남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참여, 17대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당내 5선의 첫 지역구 여성 의원이다.
광주 살레시오고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밑바닥에서 출발한 전형적인 ‘흙수저’ 정치인이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발탁된 뒤 줄곧 ‘박의 입’ 역할을 했다.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그는 19대 총선 때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뒤 그해 7·30 보궐선거 때 자신의 고향인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해 승리했다. 이 대표는 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올랐다.
◆판이한 정치 스타일
판사 출신인 추 대표와 당직 생활로 잔뼈가 굵은 이 대표는 정치 스타일에서 차이가 크다. 추 대표는 ‘원칙과 소신’을, 이 대표는 ‘의리’를 최고 정치 덕목으로 꼽는다. 추 대표는 원칙과 소신에 따른 선택으로 여러 차례 정치적 구설에 올랐다.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교섭창구 단일화와 타임오프 등을 담은 ‘노동조합 및 노조관계 조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당내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나라당과 함께 노동법 처리를 주도했다. 이 대표는 불모지인 호남에 ‘여당 깃발’을 꽂은 집념에서 알 수 있듯이 ‘의리의 대명사’다. 그가 ‘대통령의 입’으로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비결이기도 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패한 뒤에도 줄곧 곁을 지켰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유다.
정치 쟁점에 대한 생각도 판이해 충돌이 예상된다.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당론으로 반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추 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김종인 전 대표의 중도노선을 비판하면서 야당 본색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여권 단합을 강조하는 이 대표의 정치 신념과는 충돌 지점이 많다. 여기에 ‘친박’ ‘친문’이 각각 장악한 당의 계파 갈등과 분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등 ‘집안 단속’까지 해야 하는 두 대표가 어떻게 여야 협치의 실마리를 풀어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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