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신차 60%가 전기차…원유 수요 하루 300만 배럴 감소"
맥킨지 미래전망보고서에 '술렁'
주력사업 정유 호황 누리지만 얼마안가 생존 걱정해야할 처지
자율주행차·IoT 신기술 집중 토론
[ 주용석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고강도 혁신을 주문했다.
허 회장은 지난 26~27일 강원 춘천에 있는 엘리시안 강촌리조트에서 연례 ‘GS 최고경영자 전략회의’를 열고 “변화를 감지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역량이 기업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 요소가 됐다”며 “‘변화 문맹(文盲)’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략회의에는 계열사 사장과 고위임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변화와 혁신에 대한 허 회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허 회장은 이번 전략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미래 전망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이날 GS 경영진에게 “2030년에는 전체 신차 판매의 60%가 전기자동차가 ?수 있다”는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또 “전체 승용·승합차 대비 전기차 비중이 10% 이상이 되는 2030년께부터는 하루 원유 수요가 지금보다 200만~300만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전망에 참석자들 모두 적잖이 술렁였다는 후문이다. GS그룹의 주력 사업은 정유와 건설이다. 모두 유가에 민감하다. 특히 정유사업은 전기차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물론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 그룹 내 정유 사업을 맡고 있는 GS칼텍스는 저유가와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도입단가) 개선으로 올 상반기에만 1조82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실적이 계속될 수 없다는 걸 경영진 모두 알고 있다. 전기차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게 그룹 고위층이 느끼는 위기의식이다. 허 회장이 ‘변화 문맹’이란 표현을 써가며 고강도 쇄신을 강조한 배경이다.
이날 전략회의 주제는 ‘미래 거시적 환경변화와 신기술에 따른 시장 변화’였다.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신재생에너지 등 그동안 GS 전략회의에서 잘 등장하지 않던 신기술이 집중적으로 토론됐다. 회의장 내에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기기가 설치됐고 허 회장이 직접 VR을 체험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비관론자는 모든 기회에서 어려움을 보지만, 낙관론자는 어떤 위기에서도 기회를 찾아낸다”며 “환경변화를 감지했다면 신속히 사 ?전략에 반영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결과를 두려워 말고 대범하게 실행하되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경험도 우리 자산으로 만들어 더 나은 실행의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며 과감한 실행력을 강조했다.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육성과 유연한 조직문화도 주문했다. 최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 양궁 대표팀을 벤치마킹 사례로 꼽기도 했다. 허 회장은 “(양궁 대표팀의 성적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한 선수 선발과 예측 불가능한 환경 변화에 대비해 다양한 적응 훈련을 한 결과”라며 “우리도 변화에 맞서 도전하는 강한 인재를 발굴·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GS 경영진은 바이오부탄올 등 미래 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 온실가스 저감, 2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을 더욱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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