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국물맛 찾아
반년새 2000만개 팔려
[ 노정동 기자 ] 풀무원은 기름에 튀긴 면(유탕면)이 주류인 국내 라면시장에서 유일하게 튀기지 않은 면(건면) 제품만 고집한다. 2011년 뒤늦게 라면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기존 업체들과 똑같은 방식으론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풀무원 관계자는 “유탕면에 비해 건면은 칼로리와 기름 함량이 낮아 웰빙식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유탕면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사골맛(고추송송사골), 짬뽕맛(통영굴짬뽕, 새우짬뽕, 꽃게짬뽕), 짜짱맛(오징어짜장) 등으로 경쟁했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반전이 필요했다. 풀무원식품 라면사업부 연구원들은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육개장집 20군데를 골랐다. 회사로 출근하는 대신 서울,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유명 육개장집들을 찾아갔다. 박준경 풀무원식품 라면사업부 매니저는 “육개장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메뉴 중 하나”라며 “면발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얼큰한 국물 맛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간편식품이지만 공을 들이자는 게 연구원들의 판단이었다. 직접 제작한 전통 가마솥에 6시간 동안 우려낸 사골과 양지 육수를 썼다. 차돌박이와 베트남고추를 볶아낸 풍미유를 더해 최적의 얼큰함을 찾아갔다. 또 기존보다 두꺼운 3㎜ 면발에 미세한 구멍을 내 국물이 면에 잘 스며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2월 나온 ‘자연은 맛있다 육개장칼국수’(사진)는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2000만개가 팔렸다. 국내 성인 인구(약 4000만명)의 절반이 먹은 셈이다. 기존에 나온 건면 제품들보다 3~4배 빠른 속도라는 게 풀무원의 설명이다. 박 매니저는 “국물 라면 성수기인 가을부터는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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