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소개팅 할 때부터 ‘저와 결혼하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됩니다’라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옵니다.”
다음달 시행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두고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미혼 여성 사무관들의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흔히 ‘3·5·10’(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초과하면 처벌)으로 대표되는 김영란법은 그동안 경조사비나 식사 접대 등 사회의 관행으로 이뤄지던 일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직접 대상자는 4만여개 기관, 240만명에 이릅니다. 배우자까지 합치면 400만명 정도로 예상되고 있고요.
정부부처에 근무하는 미혼 여성 사무관들은 요즘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고 합니다. 김영란법 시행이 미혼 여성 사무관들의 결혼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네요. 사연을 들어보니 이렇습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돼 정부 주요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정부부처들이 국회와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물리적인 거리의 제약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해야 한다거 ?민원인과 소통이 단절되고 있다는 등의 문제는 여전히 언급되고 있고요.
미혼 여성 사무관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주요 정부부처 혹은 민간인과 소통의 부재뿐만이 아니라 사적인 만남의 기회까지 상당 부분 사라진 게 사실이거든요. 아무래도 지인을 통한 만남의 기회가 서울에 몰릴 수밖에 없어 물리적인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네요. 여기에 김영란법이 이들의 배우자까지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보니 이래저래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게 미혼 여성 사무관들의 설명입니다.
한 사무관은 “혹시 모르니 앞으로는 소개팅 할 때도 식사 가격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며 “지인들에게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부탁했던 이런 저런 부탁도 앞으로는 꼼꼼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놓더라고요.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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