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방교육재정 3천억 반영"…여당 "재정법에 근거 없다" 거부
이정현 "야당 집권자격 없는 정당"…우상호 "추경 핵심은 민생"
[ 은정진/박종필 기자 ]
추가경정예산안을 30일 처리하기로 한 여야의 약속은 또 식언(食言)이 됐다. 이날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12일, 22일에 이어 세 번째 약속 파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으로 급증한 지방채무 상환을 위해 예산 6000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애초 합의 내용에 없던 3000억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 예비비를 추경안에 반영하자고 한 게 발단이었다. 초·중·고 우레탄 트랙교체 사업(776억원), 도서지역 통합관사 신규 건설 예산(1257억원),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예산(703억원) 등이다. 새누리당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새누리당은 “더민주 측이 추경과 관련이 없는 사업에 대한 증액을 요구하는 등 당초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했다.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지방교육채무 상환 예산 6000억원은 국가재정법에 근거가 없다며 정부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맞섰다. 주광덕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는 “더민주가 요구한 지방교육재정 예비비 3000억원과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예산 700억원은 추경과 관련 없는 것”이라며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것은 갑자기 새 예산 증액을 요구한 더민주의 책임”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더민주 측은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부담으로 지방 채무가 급증했고 유해성 논란을 빚고 있는 학교 운동장 우레탄 교체 사업 등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년 예결위 더민주 간사는 “누리과정 항목으로 정하자는 게 아니라 학교 시설 개선이나 환경 개선 등 다른 항목으로 정해 우회 지원하자는 것”이라며 “민생과 일자리, 교육환경 예산에 대한 국민 요구에 더민주는 충실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 처리 지연은 여야 지도부 간 힘겨루기로 이어졌다. 이날 열릴 예정이던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오늘 야당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바로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더민주를 비난했다. 이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민생과 일자리를 위해 추경을 하자던 정부·여당이 부실 대기업엔 수조원을 지원하면서 고작 민생에 몇 천억원 넣는 것도 못하겠다는 태도로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추경안 처리를 놓고 갈등을 빚은 여야는 이날 늦게 예결위 3당 간사 회동을 하고 8월 임시국회 마지 ?날인 31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 주 의원은 “각 당 간사들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당은 정부와 더 조율하고 야당도 야당대로 조율해 내일(31일) 타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정진/박종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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