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 경찰에 협조할 줄 몰랐죠"

입력 2016-08-30 20:56  



(박상용 지식사회부 기자) “인스타그램이 제 정보를 경찰에 넘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약관도 읽어 봤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얘기했거든요.”

한남패치 운영자 양모씨(28)는 지난 25일 경찰에 검거된 뒤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이 진술했다고 합니다. 서울 수서경찰서와 강남경찰서는 30일 한남패치 운영자 양씨와 강남패치 운영자 정모씨(24)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강남패치 한남패치는 각각 5월, 6월 인스타그램에 만들어진 계정입니다. 연예매체인 디스패치를 모방해 각각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과 남성들의 사생활을 공개해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이후 일부 피해자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운영자 검거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고객 정보 보안을 우선적으로 여기기 때문에 명예훼손 건에 대해서는 한국 경찰에 자료 제공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경찰도 수사 초기에 이 같은 이유로 범인 추적의 난항을 예상했습니다. 당시 사이버범죄 수사를 담당했던 일선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협조 자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범인을 잡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스타그램에 대한 오해였습니다. 인스타그램은 경찰이 강남패치 한남패치 계정 운영자들을 검거할 수 있도록 계정 정보와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등을 공유했습니다. 특히 IP 주소는 운영자들의 신원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고 합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페이스북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은 한국 경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영장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 대해 협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무팀의 검토를 거쳐 문제 해결이 시급하거나 위법성이 현저한 사안에 대해 경찰이 요구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경찰이 이 회사에 요청한 수사 협조 건수 중 실제로 협조가 이뤄진 비중은 25%를 웃돈다고 합니다.

경찰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협조로 오메가패치, 창남패치, 성병패치 운영자에 대한 수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해외 SNS이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패치’ 운영자들도 조만간 검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해외 서버’ 뒤로 숨는 사이버 범죄자가 더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끝) /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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