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TV 등 뭉쳐 한국·중국에 대항
[ 도쿄=서정환 기자 ]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4개사가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 조선 연합군’ 결성을 추진한다. 기업 간 제휴나 경영통합, 합병 등을 통해 생존하겠다는 일본 제조업계 내 ‘서바이벌 경영’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내 선박 건조량 1위 업체 이마바리조선과 3위 오시마조선소, 4위 나무라조선소 등과 상선사업을 제휴하는 협상에 들어갔다. 이들 4개사의 선박 건조량을 합하면 지난해 기준 현대중공업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선박 개발과 부품 조달부문에서 협력하는 것 외에 미쓰비시중공업이 설계한 선박 건조를 3개사에 위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기술 등 경영자원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여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세계적으로 새 선박을 건조해달라는 주문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국 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세계 신규 조선 수주량은 2015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6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 조선업계 수주는 80% 급감했다.
일본 기업 간 제휴 등 ‘히노마루(일장기) 연합군’ 결성 움직임은 제조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 최대 철강업체 신일철주금은 지난 5월 업계 4위인 닛신제강을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공급 과잉으로 가격 등 업황이 나빠지자 인수합병(M&A)이라는 돌파구를 택했다.
전자업체 파나소닉과 소니는 공영방송사 NHK 등과 함께 차세대 TV인 ‘8K TV’ 동맹을 추진하기로 했다. 샤프는 한국 업체에 대항한다며 재팬디스플레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사업 제휴를 제안했다.
이런 움직임은 과거와 달리 선제적이다. 업계 자율적 행보에 일본 정부의 산업 재편 유도정책이 더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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