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울산·경남 조선기자재업체

입력 2016-08-31 18:50  

추석 다가오는데…일감은 끊기고 돈줄은 마르고

기자재 업체 몰린 거제·통영
임금 못받은 근로자 5600여명 7월까지 체납액만 255억 달해
울산도 밀린 임금 107억 넘겨

전남 영암 대불산단 '시름'…기자재업체 휴·폐업 잇달아



[ 김해연 / 최성국 / 하인식 기자 ]
추석을 2주 앞둔 3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국가산단과 죽곡일반산단은 예전의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진해대로 어은삼거리에서 바닷가 쪽으로 나란히 있는 두 산업단지는 STX조선해양의 번창과 함께한 곳이다. 조선기자재 업체 10여곳이 입주해 7개월 전만 해도 기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이 지난 6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몇몇 사업장은 사실상 폐업했고 트레일러가 꼬리를 물던 STX교차로는 한산했다.

협력업체의 한 근로자는 “일감이 없으니 사무직 몇 명만 나와 일터가 썰렁하다”며 “월급까지 밀려 추석 지낼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트레일러 운전기사는 “조선기자재 업체의 운송 물량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농산물이라도 배달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가 수주 가뭄에 시달리면서 울산·부산·경남·전남 지역 조선기자재 업체가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자금 사정 악화와 일감 축소로 최악의 추석 연휴를 맞을 전망이다.

경남지역 조선기자재 업체는 김해(421곳), 창원(149곳), 함안(125곳), 고성(72곳)에 몰려 있다. 업체 종사자만 3만6600명에 이른다. STX조선해양 협력업체 가운데 죽곡산단에 있는 포스텍이 처음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고선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이 뒤를 이었다. 창원상공회의소는 STX조선해양에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490여개 협력업체가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거제·통영·고성 지역에서는 올 들어 7월까지 조선업 근로자 5666명이 임금체납을 신고했다. 체납액은 255억원으로 지난 한 해 발생한 219억원을 넘는다.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경남지역 127개 조선·해양 업체는 418억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다.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대표는 “추석을 앞두고 인건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5억원을 받았다”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00여개 중소 조선·해양기자재 업체가 있는 울산도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울산지역 체납 임금은 187억7300만원으로 지난해(135억3000만원)보다 38.7% 증가했다. 이 중 조선업종 체납액이 107억원으로 57%에 이른다. 조선기자재 업체의 휴폐업도 속출해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80여곳이 문을 닫았다.

서남권 조선산업을 이끄는 전남 영암 대불산단도 한숨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박 블록 등을 생산하는 기자재 업체 264곳이 입주한 이곳은 업체 수로 국내 최대 조선산업 집적지다. 대불산단의 생산과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대불지사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조214억원이던 총매출은 올 상반기 5586억원으로 줄었다. 기자재 업체 6곳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12곳은 휴업 중이다. 2012년 1만2000명 이상이던 고용인력은 8400명으로 줄었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중소 기자재 업체를 살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창원=김해연 /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ha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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