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구글이 꿈꾸는 미래 장밋빛일까, 회색빛일까

입력 2016-09-01 17:29   수정 2016-09-02 06:28

구글의 미래

탁기남 < 속초교육도서관장 >



지난 3월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결은 세계를 휘청거리게 했다. 인간을 이긴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의 가치가 재조명됐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분야를 인공지능이 잠식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발표가 속속 이어졌다. 앞으로 10~20년 안에 사라질 직업의 리스트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스스로를 과학자, 발명가라고 일컬으며 문자와 종이, 인쇄술과 교통의 발달이 인류를 변화시켰듯 구글이라는 기업을 통해 인류의 삶이 변화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이 얼마나 거만하고 자만심 가득한 포부인가.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편집장인 토마스 슐츠는 좀처럼 외부에 문을 열지 않는 구글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구글 핵심 관계자 40여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수년간 구글 조직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구글의 미래》를 썼다.

구글은 무인자동차 개발을 통해 교통체증 완화와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은 물론 인간에게 운전대 없는 자동차에서 진정한 여가를 누리게 해줄 것이며, 차고와 주차장이 점령한 도시 공간을 인간에게 다시 되뭍좋斂渼鳴?약속한다.

2013년 여름, 세계 미확인 비행물체(UFO) 연구자들을 흥분시킨 뉴질랜드 상공의 거대한 해파리 떼는 어떤가. 구글은 재단사와 풍선 전문가를 불러모아 공기 중 어떤 폭풍우와 기후에도 100일을 견디며,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기류를 따라 지구를 세 바퀴 돌 만큼 튼튼한 풍선을 제작해 성층권을 향해 쏘아 올렸다. 거대한 해파리 모양의 풍선은 성층권 궤도를 돌면서 지구의 구석구석에 와이파이 신호를 보낸다. 이 프로젝트로 2010년대 말까지 모든 인류가 온라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다. 아직도 인터넷을 접하지 못한 인류의 3분의 2가 처음 만나는 인터넷은 구글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의 중반을 지날 즈음, 구글이 꿈꾸는 거대한 세계관과 인류의 삶을 바꾸겠다는 목표가 그저 근사한 포장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들은 소비자, 사용자, 고객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인간, 인류, 세계와 같은 단어를 쓸 뿐이다. 현재까지 구글은 신기할 정도로 착하고 기발하고, 훌륭한 기업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명제가 있다. 구글의 미래는 더 이상 한 기업의 미래가 아니다. 구글로 인해 잠식돼 가고 있는 수많은 직업의 미래, 구글 북스로 옮겨가는 도서관과 박물관의 미래, 인류의 미래가 바로 그들의 손에 달려 있다.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수많은 프로젝트(생명연장 프로젝트, 인공지능 로봇 개발 등)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가 과연 밝기만 한 것일까. 전 인류에게 자유로운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는 명목으로 담보되는 수많은 개인정보 수집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 책은 정보기술(IT)과 디지털에 밝지 않은 50~60대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동시에 무수한 고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던져준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거대한 화두를 떠올리며 수많은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괴로운 책 읽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토마스 슐츠 지음, 이덕임 옮김, 비즈니스북스, 376쪽, 1만5000원)

탁기남 < 속초교육도서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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