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38일 만에 국회 문턱 넘어
정세균 "여당 지적 무겁게 받아들여"
새누리, 사퇴촉구 결의안 철회
[ 은정진 기자 ]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파행 이틀 만에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2일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비판한 자신의 개회사 발언에 반발해온 새누리당과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정 의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본회의 사회권을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부의장에게 넘겨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 사퇴촉구결의안을 철회했다. 양측의 극적인 합의는 추경안 처리가 더 늦어지면 국민적 공분을 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이날 저녁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17명 중 210명의 찬성으로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추경안이 제출된 지 38일 만이다.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가결됐다. 하지만 야당이 반대해온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김용균 후보자 추천안은 투표 결과 총 투표수 229표 중 찬성 108표, 반대 11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혜정 후보자와 국민의당이 추천한 한은미 후 맛?추천안은 무난히 통과됐다.
본회의에 앞서 정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결산안, 추경안, 대법관 임명동의안 등 현안들이 매우 급한데 제때 처리되지 못해 의장으로서 매우 큰 책임감을 느꼈다”며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개회사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하는 진심이지 다른 어떤 사심도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정 의장은 “개회사와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들께서 많은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을 위한 추경 처리를 더 늦출 수 없어 정 의장과의 통화를 통해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인질로 잡고 예상된 피해를 감안한 정치테러”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이제 야당 연습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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