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아이들 3명 중 1명은 우리병원서 출생"

입력 2016-09-03 03:00  

전문병원 전성시대 <25> 삼정의료재단 포항여성병원
정상윤 이사장

매년 직원 미국·일본 의료 연수
수준 높은 서비스 선보여
인도·캄보디아 등 해외봉사도



[ 이지현 기자 ] 1997년 2월 정상윤 삼정의료재단 포항여성병원 이사장(사진)은 ‘병원은 병원다워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선후배 산부인과 의사 두 명과 함께 경북 포항에 포항산부인과의원을 열었다. 포항에 아이를 받는 병원이 아홉 곳 있었지만 산부인과 의사 셋이 함께 연 병원은 처음이었다.

진료 철학은 분명했지만 돈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3, 4, 5층을 임대해 진료를 시작했다. 3층에서 분만을 하면 들것을 이용해 위층 입원실로 산모와 아이를 옮겨야 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산모와 아이를 위한 분만을 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인근 지역 임산부가 몰렸다. 계단마다 아내의 출산을 기다리는 남편들이 빼곡히 앉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포항지역에서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나는 산부인과가 됐다.

2002년 8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병원이 되겠다는 취지로 삼정의료법인을 세웠다. 이듬해 공간을 늘려 포항여성병원 문을 열었다. 30병상 규모였던 산부인과 병원은 70병상 규모로 커졌다. 의사는 3명에서 15명으로 늘었다. 처음 함께 문을 연 3명의 의사가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포항여성병원을 “산모와 아이에게 정직한 진료를 하는 병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년 병원 증축 공사가 끝나면 포항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여성병원은 지금까지 3만7764건의 분만진료를 했다. 19년 동안 포항에서 태어난 20세 미만 주민의 32.8%는 이 병원 출신이다.

친절과 정직, 성실은 병원을 키운 원동력이다. 정 이사장은 1990년대 초반부터 인터넷을 활용해 환자 상담을 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아끼며 환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달았다.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는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준다. 진료를 마친 환자에게 “더 궁금한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고개를 젓고 웃으며 나갈 정도다.

직원 복지에도 신경쓰고 있다. 정 이사장은 “직원이 신바람 나야 환자에게도 잘한다”고 했다.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는 황금 열쇠를 준다. 우수 직원은 매년 태국 등으로 여행을 보낸다. 전 직원이 일본, 홍콩 등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직원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다.

의료진도 수시로 해외에 나간다. 매년 의료진 한두 명이 미국, 일본 등의 산부인과 병원에 가 의료기술을 배운다. 캄보디아, 케냐, 인도, 라오스 등에서는 봉사도 한다. 의료 서비스 수준은 자연히 높아졌다. 태아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분만으로 알려진 르봐이에 분만법은 이 병원에서 ‘그레이스 분만’으로 다시 태어났다. 막 아이를 낳은 아내 옆에서 남편이 손수 써온 雌嗤?읽을 때면 분만실이 눈물바다가 된다.

저출산 시대에 가장 타격을 받는 진료과가 산부인과와 소아과다. 정 이사장은 “환자를 위해 의료 수준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면 꾸준히 환자가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환자에게 처방 검사를 하면서도 매 순간 환자의 호주머니 사정을 생각한다”며 “정직하게 치료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포항=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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