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옥시 위조증거' 처벌 어렵다?…김앤장 '무혐의' 논란

입력 2016-09-04 11:10  

검찰 "의뢰인 요구 따라 단순 실무"
김앤장 변호사 윤리 위반 지적 목소리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증거 위조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들에 대해 검찰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연합뉴스가 4일 보도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요구를 따랐을 뿐 범행을 기획·주도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 하지만 김앤장이 변호사법 제1조에 명시된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을 저버린 것은 아닌지, 정당한 변론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옥시의 증거 인멸·은닉·위조 과정에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봤으나 형사처벌로 이어질 만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앤장은 옥시가 2011년 서울대 수의대 조모(57·구속기소) 교수팀이 수행한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에서 인체 유해 가능성을 확인하고도 이를 숨기도록 옥시 측에 법률 자문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 교수는 옥시에서 뒷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 보고서를 써 준 혐의(수뢰후 부정처사 등)로 5월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앤장은 당시 조 교수팀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실험 전반에 깊이 관여한 정황이 불거졌다. 조 교수팀이 옥시 측에 중간 실험 결과와 최종 결과를 보고할 때 김앤장 변호사가 함께 있었다는 단서도 나왔다.

피해자들의 집단 민사 소송과 경찰 수사 등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던 2013년에는 독성실험 관련 원데이터를 모두 가져가 검토하고 추가 실험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앤장은 또 작년 말 옥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살균제 이용자들의 폐손상이 봄철 황사나 꽃가루, 흡연 등 때문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해 빈축을 샀다.

검찰은 이런 여러 정황을 토대로 김앤장이 옥시와 공모해 증거 은폐·위조를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했다. 김앤장 서모·김모 변호사 등 담당 변호사들도 여럿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앤장이 옥시에 유리한 부분은 반영하고 불리한 것은 빼는 등 증거 은폐로 볼 만한 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각종 자료를 법정과 수사기관에 제출한 점을 고려해 위조증거 사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앤장을 형사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살균제의 화학적 메커니즘을 잘 아는 옥시측이 모든 결정을 주도했고 김앤장은 의뢰인인 옥시측 요구에 따라 실무적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영국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임직원들이 한국에서의 법률적 대응을 총괄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증거 은폐·위조 과정에 영국 본사가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김앤장이 일단 형사책임에서는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정법 및 변호사 윤리 위반에 대한 논쟁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법 제24조 2항은 변호사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변호사 윤리 장전' 14조에는 의뢰인의 범죄 또는 위법행위에 협조해서는 안 되며 직무수행 중 의뢰인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즉시 협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돼 있다.

15조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언동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검찰의 법률적 판단을 떠나 김앤장에 비난의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인의 법률 대리인 이전에 '공익 수호자'로서의 기본적 책무와 도덕을 저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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