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다. 문제가 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등 스마트폰 배터리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사업의 핵심인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도 생산한다. 삼성전자가 이런 핵심 계열사의 제품을 쓰지 않기로 한 건 그룹을 총괄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SDI는 2014년까지 소형 배터리에서 세계 1위를 달린 회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각형 배터리를 가장 많이 공급하면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갤럭시S6부터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한 일체형 기기를 채택하면서 배터리로 외형 변형이 쉬운 파우치형을 쓰기 시작했다. 폴리머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2014년 말부터 파우치형 배터리 개발에 들어갔다. 파우치 시장엔 이미 LG화학, 중국의 ATL 리샨 BAK 등 많은 업체가 진출해 있었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갤럭시S6엔 많은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했다.
갤럭시노트7은 사실상 삼성SDI의 파우치형 배터리가 처음으로 대량 공급된 제품이다. 이번에 제조 공정상의 결함 막?배터리 폭발 사고가 생기면서 삼성SDI는 난관에 처했다. 소형 배터리는 삼성SDI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는 품목이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나올 스마트폰에선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SDI의 이번 배터리 결함은 신기술을 적용해 공정을 바꾸면서 나타난 것으로 안다”며 “이를 바로잡으면 삼성SDI 배터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삼성SDI 배터리를 갤럭시노트7에서 빼기로 한 건 이 부회장이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는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핵심 계열사”라며 “이런 계열사의 제품을 노트7에서 빼기로 한 건 그룹을 아우르는 이 부회장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한 것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선 예상 손실이 1조원에 달하는 갤럭시노트7 전량 교환 결정도 이 부회장이 최종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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